[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상표를 잇달아 출원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점유율 1위 SK하이닉스에 맞서 차세대 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어 두 회사 사이 속도전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차세대 고대역 메모리 공개 임박, 경계현 SK하이닉스와 속도전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차세대 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경 사장이 HBM 제품군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D램으로 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에 주로 활용된다.

경 사장은 2022년 12월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도 HBM을 주로 논의하는 등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를 보면 삼성전자는 4월26일 스노우볼트라는 이름의 HBM 상표명을 출원한데 이어 5월11일 샤인볼트와 플레임볼트라는 이름의 HBM으로 추정되는 상표명을 잇달아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시판 HBM 제품에 불이나 물 등 자연물 뒤에 볼트(Bolt)라는 단어를 붙여 브랜드명을 짓는다. 삼성전자 HBM은 △HBM2(2세대) 플레어볼트 △HBM2 아쿠아볼트 △HBM2E(3세대) 플래시볼트 △HBM3(4세대) 아이스볼트 순으로 공개됐다. HBM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데이터처리 성능이 개선된다.

삼성전자가 출원한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가운데 적어도 둘은 올해 안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스노우볼트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HBM3P로 점쳐진다. HBM3P의 P는 플러스(PLUS)를 뜻하는 말로 HBM3P는 HBM3의 개량모델로 추정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4월27일 1분기 실적 발표 뒤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지금의 HBM3 뿐만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차세대 HBM3P 제품도 업계 최고 성능으로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샤인볼트와 플레임볼트 가운데 하나는 HBM3-PIM이 될 수 있다. HBM3-PIM은 HBM3에 PIM(지능형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모델이다. 데이터 저장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에서 쓰임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교민 삼성전자 마스터는 지난해 12월13일에 열린 ‘2022 PIM인공지능반도체 전략기술 심포지엄’에서 "HBM3-PIM을 내년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3년에 처음 공개되는 삼성전자 HBM이 적어도 두 종류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차세대 고대역 메모리 공개 임박, 경계현 SK하이닉스와 속도전

▲ 삼성전자의 4세대 HBM3 아이스볼트.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HBM2 개발 실적을 밝힌 이례 한 해에 두 종류 이상의 HBM 개발 실적을 공개한 적이 아직 없다. 경 사장이 HBM 시장 공략에 이전보다 더욱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 사장이 힘을 실으면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개발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에 2세대 HBM인 HBM2를 처음 개발했는데 3세대 HBM으로 평가받는 HBM2E는 2020년 2월에 개발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데 4년 4개월이 걸린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가는데 걸린 기간은 길게 잡아도 3년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4세대 HBM인 HBM3를 개발한 정확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2021년 10월에서 2022년 12월 사이에 HPM3 개발을 완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0월은 SK하이닉스가 HBM3를 개발완료한 시점이고 2022년 12월은 삼성전자가 HBM3-PIM의 2023년 공개를 예고한 시점이다. 

이렇듯 경 사장이 HBM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이유는 HBM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미국 마이크론이 10%를 점유하고 있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선 뒤지고 있는 것이다.

경 사장은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서 "5년 전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개발 등에 신규 투자를 더 집행해 격차를 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차세대 HBM 개발속도를 올리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두고 벌이는 속도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에 HBM3 양산을 했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간 모델인 HBM3 24GB를 2023년 4월에 개발완료했다. 홍상후 SK하이닉스 부사장(P&T담당)은 4월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반기 안으로 HBM3 24GB 양산 준비를 마쳐 첨단 D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HBM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인공지능 서버에 현재 한정돼 있지만 시장규모는 앞으로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월 HBM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0~45%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재준 부사장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게 HBM2과 HBM2E 제품을 공급해 왔다”며 “업계 최고 6.4Gbps의 성능과 초저전력의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도 샘플을 출하하고 있어 양산 준비를 이미 완료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