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태영건설이 자금조달에 성공했지만 실적 부진이 재무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242억 원, 영업이익 193억 원, 순이익 368억 원을 거뒀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 줄었다. 순이익은 68.7% 증가했다.
매출은 공사 현장이 많아지고 공정이 본격화하면서 늘었지만 건설자재값, 노무비 등의 상승 영향으로 이익감소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규 부회장이 재무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실적 개선 없이는 재무구조를 향한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4800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한 결과 지난해 말 3293억 원보다 1500억 원가량 늘어났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로부터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가 KKR 사모사채 형식으로 4천억 원을 받아 태영건설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담보로 에코비트 주식을 제공했고 이자율은 13%다.
티와이홀딩스와 KKR은 2020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1년 환경사업을 맡고 있는 에코비트를 출범해 공동경영하고 있다. 각각 지분 50%씩 나눠갖고 있다.
태영건설은 2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의 P-CBO(채권담보부증권)을 활용해 300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2년 만기 회사채 1천억 원도 조달했다.
P-CBO는 신용도 등급이 BB+ 이하로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이 회사채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발행하는 증권이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에 따라 신용등급 AAA가 부여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P-CBO를 활용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P-CBO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2020년부터 대기업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됐다.
다만 대기업들은 투기등급인 신용등급을 지닌 기업들과 묶여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점 때문에 그동안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해 재무 우려를 잠재우려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태영건설은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 원의 금융조달 상품협약도 체결했다. 태영건설이 8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2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은 루나엑스CC 골프장을 담보로 지원했다.
모두 종합하면 태영건설은 올해 1분기에만 73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자금을 단기가 아니라 장기로 조달한 점도 긍정적이다.
태영건설의 유동성차입금 및 사채와 기타유동금융부채는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2022년 말과 비교해 각각 9083억 원에서 5088억 원, 1538억 원에서 115억 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유동차입금 및 사채는 1조 원에서 1조6693억 원으로 기타비유동금융부채는 2025억 원에서 3529억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다만 유동성 우려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태영건설의 장·단기차입금의 대부분 이자율은 3.40~8.0%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티와이홀딩스로부터 받은 4천억 원의 이자율은 13%, KIS인제제일차(380억 원)의 이자율은 최대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 1분기 금융비용은 37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126억 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1분기 영업이익(193억 원)을 넘어서면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1 아래로 떨어졌다.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이 개선됐고 순이익도 늘었지만 일시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태영건설의 2023년 1분기 부채비율은 460%로 2022년 말 483%과 비교해 23%포인트 개선됐다.
다만 이는 토석채취 등의 사업을 하는 연결 종속 자회사 삼계개발이 관계회사로 대체되면서 비지배지분이 -176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바뀌는 등 자본총계가 같은 기간 7409억 원에서 8015억 원으로 늘어난 효과다. 차입금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서 부채비율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지배지분이란 자회사의 자본 가운데 모회사의 지분 이외 부분을 말한다. 소유하지 못한 지분 이외에 발생하는 자본을 뜻하는 것이다. 삼계개발은 적자가 누적돼 2022년 말 기준으로 자본총계 -552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 우려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더 늘었다. 2023년 1분기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잔액은 4조916억 원으로 2022년 말 3조9003억 원보다 1913억 원이 증가했다.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추가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태영건설 관계자는 “단기 유동성 위험을 대비한 적절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재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민간 도급분야에서 사업관리능력을 강화하고 기획 제안형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등 선별적 수주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상하수도 및 수처리 부문 시공부터 운영까지 고객서비스형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공공분야에선 전략적 공동도급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토목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국도건설공사(추정 공사비 6717억 원) 수주가 유력한 DL이앤씨 컨소시엄에 지분 25%로 참여했다. 또한 올해 기술형입찰 최대어로 꼽히는 남양주완숙 국도47호선 이설공사(추정 공사비 1조502억 원)에도 대우건설 컨소시엄 일원으로 지분 20%를 쥐고 수주전에 참여한다.
이재규 부회장은 건설업계 대표적 장수 최고경영자다. 2013년부터 GS건설 대표이사를 맡은 임병용 부회장 다음으로 오랜기간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부터 대규모 자체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태영건설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016년 582억 원에서 2018년까지 2750억 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대표이사에 재선임되며 임기를 2024년 3월까지 연장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