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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에코프로 회장 이동채 콜옵션 행사 포기 전략의 이면

김수헌 fntom@naver.com 2023-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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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에코프로 회장 이동채 콜옵션 행사 포기 전략의 이면
▲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사진)이 2023년 4월21일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에코프로글로벌 헝가리 사업장' 착공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라.”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에게 재판부는 따끔하게 이렇게 말했다. 

이동채 회장은 지난해 회사의 대형 수주 정보가 밖으로 알려지기 전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해 이득 본 사실을 들켰다. 검찰은 이 회장을 조사하여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이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5년(징역 3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아 가까스로 감옥행을 피했다. 이 회장과 검찰측 모두 이에 항소했다.
 
지난 11일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었다.

서승렬 재판장은 이 회장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징역 2년에 벌금 22억, 추징금 11억여 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항소심 선고를 앞둔 지난달 말 이 회장은 에코프로 전환사채(CB)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많은 매체들은 그가 주주가치를 위해 6천억 원대 차익을 포기했다며 숭고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필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배임 혐의로 또 기소될 가능성이 있었다.

시간 순으로 이 사건을 살펴보자.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 제조업체 SK이노베이션과 잇달아 대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이 회장은 협상의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이 정보를 먼저 알고 있었다.
  
이 회장을 포함한 일부 임직원들은 이 계약이 공시되기 전 차명 증권계좌로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거래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임직원들의 주식거래를 단속해도 시원찮을 최고경영자가 앞장서서 차명 주식거래를 한 것이다.

회사의 중요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여 이 회장이 획득한 것은 11억여 원의 시세차익이었다.
  
이 회장 등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지자 2021년 하반기 금융당국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순순히 범죄사실을 시인하는듯 하던 이 회장 등은 대형 로펌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부터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범행정황을 확인한 금융당국은 곧바로 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통상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심의한 뒤 과징금 부과나 검찰고발 및 통보 등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았다.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해 5월 이 회장 등 에코프로그룹의 전현직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이 회장은 집행유예 5년(징역 3년)형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라는 인물이 내부 수주정보를 개인 주식차익에 활용한 것은 자본시장 범죄 중에서도 죄질이 아주 나쁜 행위라는 이야기였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에서 진행됐다.

항소심 선고를 10여일 앞둔 지난달 27일 이동채 회장이 전환사채(CB)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매체들은 이 회장이 6천억 원대 평가차익이 기대되는 콜옵션을 포기한 것은 주주가치를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그랬을까.

에코프로는 2021년 7월 1500억 원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40%(600억 원)에 대한 콜옵션 권리를 가지기로 투자사와 합의했다.

주가가 전환가격을 웃돌면 콜옵션의 가치도 그만큼 올라간다.  

이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가격은 6만1400원이다.

지난달 말 에코프로 주가를 70만 원 정도로 본다면 콜옵션 행사 때 단순계산으로 6천억 원이 조금 넘는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콜옵션부 전환사채 발행계약을 보면 콜옵션 행사권자는 '발행사' 또는 '발행사가 지정하는 제3자'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에코프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한 거의 모든 기업은 행사권자로 최대주주(또는 그 특수관계인)를 지정해 왔다.

최대주주측은 평가가격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옵션을 회사로부터 무상으로 넘겨받아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는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콜옵션을 이사회가 스스로 포기하고 최대주주에게 무상양도하는 행위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이른바 ‘빗썸 강종현 사건’에서 전환사채 콜옵션 무상양도에 대해 배임혐의를 걸어 기소했다.
 
빗썸 관련 상장사 3인방 중 한 곳인 버킷스튜디오는 제8~10회차 전환사채의 콜옵션 권리 일부를 제3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약 322억 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친 혐의로 강 씨 등 회사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전환가격이 시세와 비교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강 씨 등이 콜옵션을 지인 등에게 무상으로 넘기게끔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그만큼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판단이었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차익을 얻을 수 있는 CB 콜옵션을 발행회사가 포기하고 대주주에게 무상으로 넘겨도 이를 용인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찰이 사안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삼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회사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중인 이동채 회장이 과연 에코프로로부터 CB 콜옵션을 넘겨받을 수 있을까? 그러한 사법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주가치를 위한 결단은 포장일 뿐 법적 리스크를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있다.

아울러 콜옵션 포기는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좋았다.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 주주를 위한 결단인 양 잘 포장되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엄정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해 “기업 총수이자 최종 책임자로 다른 피고인들보다 책임이 더 무겁다"며 "이 회장이 사전에 철저히 지휘감독했다면 다른 임직원들의 범행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받는 범죄로, 이 회장은 본인의 행동들을 되돌아보라"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 사실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형량이 현저히 가볍다”며 징역 2년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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