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그룹이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는 와중에 이동채 회장의 구속으로 오너 공백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에코프로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포진해 있는 ‘삼성맨’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2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에 따라 에코프로그룹은 한동안 일정 부분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급증하는 2차전지 관련 수요를 충당하며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대규모 사업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장의 부재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에코프로그룹은 전기차시장 확대와 함께 2차전지 수요가 급등하는 추세에 발맞춰 국내외 생산시설을 대거 늘리고 2차전지 밸류체인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경북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2027년까지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구체,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를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 블루밸리 캠퍼스(가칭)’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준비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앞서 2017년부터 포항에 1조7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원료,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링까지 소재 수직 계열화로 전주기 밸류체인을 갖춘 시설을 구축하고 있는데 추가 투자를 통해 2차전지 소재분야 역량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받았다.
해외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에코프로그룹은 국내 양극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24년까지 3827억 원을 투입해 44만282㎡ 땅에 헝가리 공장을 지은 뒤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성장에 탄력을 받은 상황에 총수인 이동채 회장의 법정구속이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 회장의 부당이득 혐의에 관한 불확실성은 이미 지난해 불거졌던 사안인 만큼 에코프로그룹도 오너 리스크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해 지주사인 에코프로와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룹차원에서도 외부인사들을 대거 수혈하는 한편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에코프로그룹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맨손으로 회사를 일궈 글로벌 최고 수준의 2차전지 소재 회사를 만든 만큼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위상은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달 헝가리 공장 착공식 등 공식 행사에서도 회장 자격으로 참여하며 회사 안팎의 일들을 챙기고 있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그룹 내 의사결정 시스템도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그룹 총수가 구속된 적잖은 사례들을 보면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중요한 경영상 판단에서 위축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 때문에 주요 대기업들도 총수 부재 시에 중요한 투자 결정 등은 뒤로 미뤄두는 일이 많았다.
물론 총수가 옥중 결재를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코프로그룹 내 포진된 삼성그룹 출신 전문 경영진들의 역할도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출신들은 에코프로그룹 요직에 다수 배치됐다.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와 주력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도 모두 삼성그룹 출신이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선임된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SDI에서 일하다 지난해 에코프로에 영입됐다. 삼성SDI에서 기획팀장(부사장)으로 일했다.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사장도 삼성SDI 출신이다. 주 사장은 이동채 회장이 2022년 초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외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를 맡았다.
주 사장은 삼성SDI 혁신팀장과 셀사업부장을 거쳐 2014~2020년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에코프로 사내이사인 박재하 경영관리본부장도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거친 삼성맨이다. 박재하 본부장은 에코프로비엠 사내이사로서 주요 경영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
이밖에 박석희 에코프로비엠 부사장(삼성SDI), 장인원 에코프로 ESG경영실장(삼성물산) 등도 삼성맨이다.
삼성그룹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업무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한 조직문화로 ‘관리의 삼성’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이 오너 공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된 만큼 삼성맨들이 특유의 관리 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란 기대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특수 상황과 별도로 에코프로그룹이 최근 급격한 성장을 통해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커진 위상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에코프로그룹은 2022년 말 기준으로 공정자산이 6조9400억 원에 이르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자산 순위 62위다.
삼성맨들은 에코프로그룹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 측은 이동채 회장 구속 소식을 전해진 뒤 입장문을 내고 “2022년 3월 이동채 회장이 에코프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이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 가족사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해 왔다”며 “5월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회사의 경영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근영 기자
에코프로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포진해 있는 ‘삼성맨’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에코프로그룹이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는 와중에 오너 공백이란 초유의 위기를 맞으면서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삼성맨'들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데에 올랐다.
12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에 따라 에코프로그룹은 한동안 일정 부분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급증하는 2차전지 관련 수요를 충당하며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대규모 사업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장의 부재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에코프로그룹은 전기차시장 확대와 함께 2차전지 수요가 급등하는 추세에 발맞춰 국내외 생산시설을 대거 늘리고 2차전지 밸류체인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경북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2027년까지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구체,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를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 블루밸리 캠퍼스(가칭)’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준비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은 앞서 2017년부터 포항에 1조7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원료,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링까지 소재 수직 계열화로 전주기 밸류체인을 갖춘 시설을 구축하고 있는데 추가 투자를 통해 2차전지 소재분야 역량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받았다.
해외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에코프로그룹은 국내 양극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24년까지 3827억 원을 투입해 44만282㎡ 땅에 헝가리 공장을 지은 뒤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성장에 탄력을 받은 상황에 총수인 이동채 회장의 법정구속이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 회장의 부당이득 혐의에 관한 불확실성은 이미 지난해 불거졌던 사안인 만큼 에코프로그룹도 오너 리스크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미 지난해 지주사인 에코프로와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룹차원에서도 외부인사들을 대거 수혈하는 한편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에코프로그룹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맨손으로 회사를 일궈 글로벌 최고 수준의 2차전지 소재 회사를 만든 만큼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위상은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달 헝가리 공장 착공식 등 공식 행사에서도 회장 자격으로 참여하며 회사 안팎의 일들을 챙기고 있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그룹 내 의사결정 시스템도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그룹 총수가 구속된 적잖은 사례들을 보면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중요한 경영상 판단에서 위축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 때문에 주요 대기업들도 총수 부재 시에 중요한 투자 결정 등은 뒤로 미뤄두는 일이 많았다.
물론 총수가 옥중 결재를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코프로그룹 내 포진된 삼성그룹 출신 전문 경영진들의 역할도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출신들은 에코프로그룹 요직에 다수 배치됐다.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와 주력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도 모두 삼성그룹 출신이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선임된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SDI에서 일하다 지난해 에코프로에 영입됐다. 삼성SDI에서 기획팀장(부사장)으로 일했다.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 사장도 삼성SDI 출신이다. 주 사장은 이동채 회장이 2022년 초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외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를 맡았다.
주 사장은 삼성SDI 혁신팀장과 셀사업부장을 거쳐 2014~2020년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에코프로 사내이사인 박재하 경영관리본부장도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거친 삼성맨이다. 박재하 본부장은 에코프로비엠 사내이사로서 주요 경영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
이밖에 박석희 에코프로비엠 부사장(삼성SDI), 장인원 에코프로 ESG경영실장(삼성물산) 등도 삼성맨이다.
삼성그룹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업무 시스템이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한 조직문화로 ‘관리의 삼성’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이 오너 공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된 만큼 삼성맨들이 특유의 관리 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란 기대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특수 상황과 별도로 에코프로그룹이 최근 급격한 성장을 통해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커진 위상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에코프로그룹은 2022년 말 기준으로 공정자산이 6조9400억 원에 이르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자산 순위 62위다.
삼성맨들은 에코프로그룹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 측은 이동채 회장 구속 소식을 전해진 뒤 입장문을 내고 “2022년 3월 이동채 회장이 에코프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이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 가족사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해 왔다”며 “5월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회사의 경영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