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조상은 기후변화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다양한 생태환경 선호가 비결”

▲ 인류의 조상인 호모종이 다양한 생물 균계가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에 도착한 모습을 나타낸 상상화.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비즈니스포스트] 다양한 생태환경을 선호하고 적응한 덕분에 인류의 조상이 혹독한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2일 기후물리 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역대 최장 기간의 고기후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뒤 고고학 자료와 결합해 300만 년에 걸친 인류 조상의 자연환경 선호도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이날 게재됐다.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 성과를 놓고 “인류학에 기후-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모종은 300만 년 동안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해 왔다. 하지만 초기 인류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과거 200만 년에 걸친 기후를 시뮬레이션하고 인류 조상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한 연구 결과를 2022년 4월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보다 100만 년을 더한 과거 300만 년의 기온,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해 기후 기반 식생 모델을 구축했다.

시뮬레이션 정보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유적지와 화석 등 3232개의 고고학 자료에 대입해 호모종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Biomes)유형을 11가지로 분류했다. 이어 각 호모종이 선호한 생물 군계를 특정했다.

200만~3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 등 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약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기술들을 개발했다.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높은 적응력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우리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이동성, 유연성 그리고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이전 어떤 호모종보다 유능하게 만들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생물 군계 적응력 덕분에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과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었다.

연구진은 호모종이 선호하는 환경 특성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생물 군계의 다양성이 증가한 지역에 거주지가 밀집한 것을 발견했다. 호모종이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환경’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생물 군계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선택이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줘 극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호모종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증가시켰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부산대 박사과정의 엘크 젤러 학생연구원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며 “초기 인류의 생존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