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 지식재산(IP)의 글로벌 파워를 믿고 게임시장에 도전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도전했던 신사업에서 실패한 전력이 깊어 이번에 출시할 게임의 성공에도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다만 직접 게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식재산(IP)을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실패하더라도 큰 부담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YG엔터 블랙핑크 믿고 게임시장 도전, '신사업 흑역사' 이번엔 끊어낼까

▲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아티스트 블랙핑크가 주인공인 모바일게임 '블랙핑크 더 게임'이 11일 글로벌에 출시된다.

 
5일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오는 11일 블랙핑크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블랙핑크 더 게임(BPTG)’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 출시된다.

블랙핑크 더 게임은 게임 이용자가 블랙핑크의 프로듀서가 돼 멤버들을 성장시키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주요 콘텐츠로는 다양한 포토카드를 활용한 퍼즐, 멤버들 트레이닝과 회사 경영, 블랙핑크 아바타로 소통하는 블랙핑크 월드, 게임을 위해 촬영된 블랙핑크 고화질 사진과 영상 등이 있다.

게임의 개발과 퍼블리싱은 테이크원컴퍼니가 맡았다. 이 회사는 2019년 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월드’를 선보인 곳으로 ‘블랙핑크 더 게임’ 개발에 3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아티스트를 활용해 게임을 만든 것은 리듬게임 ‘슈퍼스타 YG’를 내놓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슈퍼스타 YG’는 지금도 서비스 되고 있지만 국내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인지도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슈퍼스타로 성장한 블랙핑크의 팬덤에 기대를 걸고 해외시장에도 게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국내에 먼저 출시한 후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 아닌 글로벌 동시 출시를 계획한 것도 블랙핑크의 해외 팬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YG엔터테인먼트와 테이크원컴퍼니는 3월부터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태국 방콕, 서울 코엑스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 전광판에 게임 홍보영상을 게재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블랙핑크 더 게임’은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글로벌 사전예약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다만 아직 200만 명까지는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예약자 100만 명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글로벌 동시출시인 점을 고려하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다른 게임사의 모바일게임 신작이 사전예약자 100만 명 모집 후 출시돼 초반 흥행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는 국내에서만 사전예약을 받은 사례다. 

4월26일 글로벌 동시 출시한 호요버스의 ‘붕괴:스타레일’은 글로벌 사전예약자 수가 1천만 명을 넘겼다.

블랙핑크 더 게임은 장르도 국내 모바일게임의 주류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최근 각광받는 서브컬처풍의 수집형RPG가 아닌 퍼즐·보드게임인 만큼 국내에서는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또 연예기획사가 대표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해 여러 방면에서 수익창출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YG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음악이 아닌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해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도 블랙핑크 더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시각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의류사업 진출로 첫 번째 신사업에 도전했다.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함께 패션기획사 ‘내추럴나인’을 설립하고 대표에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선임했다.

내추럴나인은 2014년 9월 캐주얼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하기도 했지만 영업적자를 거듭하며 결국 2019년 1월 청산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영화제작사 레드로버에 투자했지만 1년 만에 매각했고 2014년에는 자회사 YG플러스가 보유한 계열사 코드코스메인터내셔널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화장품 사업에서도 실적 부진을 겪으며 2021년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에 문샷의 브랜드 및 영업권을 양도했다.

2015년에는 노희영 전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과 손잡고 요식업에도 진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출자금 35억 원으로 신규법인 YG푸드를 설립해 사업을 펼쳤지만 계속된 적자에 2019년 YG푸드를 매각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YG플러스를 통해 그린웍스 지분 55.26%를 315억 원에 인수하며 골프사업을 시작했다. 그린웍스는 국내 골프장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린웍스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해 적자를 냈고 2021년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YG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4월 그린웍스 지분 전량을 매입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187억 원에 팔기로 결정했다.

다만 ‘블랙핑크 더 게임’이 YG엔터테인먼트로선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다는 관측도 있다.

직접 게임 관련 자회사를 설립해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한 하이브와 달리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IP만 제공할 뿐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모두 테이크원컴퍼니에 맡겼다.

게임이 소위 ‘대박’이 날 경우 YG엔터테인먼트가 받는 라이선스 수익은 늘어나겠지만 실패하더라도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