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6개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주력인 분리막(LiBS) 사업에서 예상보다 이른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향후 실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객 다변화에 우선순위를 둔 경영전략을 펼쳐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아직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 다변화에 우선위를 두고 경영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3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아이테크놀로지가 분리막 사업에서 1분기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전체 사업에서 연간 기준 영업흑자 달성 가능성도 더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SK아이테크놀로지는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430억 원, 영업손실 36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5% 늘고 영업 적자 규모는 51.9% 개선됐다.
SK아이테크놀로지는 2021년 4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지속했지만 주력 분야인 분리막사업에서 1분기 1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고무적 성과로 꼽힌다.
분리막사업의 흑자전환에는 수율과 생산성 개선에 따른 제조원가 감소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율과 생산성은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는 만큼 이익 규모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가스 가격 안정화로 폴란드 공장의 전력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진 점도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런 흐름에 따라 흑자기조가 점차 안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폴란드 2공장 신규 가동이 시작되며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점진적 매출 증가와 함께 전사 흑자전환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의미 있는 수준의 이익 규모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플랙서블커버윈도우(FCW) 사업에서 매 분기 50억~70억 원의 영업손실이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리막 사업에서 이를 상쇄할만한 이익을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플랙서블커버윈도우는 접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제품을 말한다.
게다가 1분기 영업이익률 1.3%에 머물렀던 분리막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김철중 사장으로서는 출하량을 확대할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이익 구조에서 고정비용 부담 비중이 큰 만큼 출하량을 늘리면 그만큼 고정비용 비중은 줄어들고 수익성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리막 사업모델은 판매가가 거의 고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량 확대와 고정비 부담 절감이 수익성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바라봤다.
출하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일 고객사에 편중된 영업구조를 다변화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 SK아이이테크놀로지 매출에서 계열사 내 고객사(캡티브)인 SK온 비중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SK온의 가동률 부진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점을 고려하면 고객사 다변화는 취약점을 보완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철중 사장도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북미 완성차기업과 국내 배터리 셀제조사 등 복수 고객사들과 신규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증설을 진행하면서도 고객 다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달 폴란드 생산공장을 방문해 "폴란드 공장은 유럽 지역 공략을 목표로 하지만 북미 지역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 1, 2공장에 이어 3, 4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보할 방안도 연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중국 배터리기업 신왕다에 분리막 공급 등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고객사 확대와 관련한 긍정적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이 협약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중국 창저우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을 신왕다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왕다는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0위 권 안에 드는 곳으로 평가되는데 지리자동차, 동펑자동차, 상해자동차 등 중국기업뿐 아니라 볼보, 폭스바겐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더 분명해진 미국 정부의 중국 배제 기조도 SK아이테크놀로지의 고객사 다변화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감축법 세부조항에서 분리막이 배터리 주요 부품에 포함되면서 중국산 분리막 수요를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SK온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다양한 배터리 제조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면 중장기 실적 성장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