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지주회사들의 비금융사업 진출이 5월 들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다.

은행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없어서 2019년부터 특례서비스 형태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되어 왔는데 종료 시점에 앞서 금융위가 그동안 운영결과, 금융시장 안전성, 소비자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해 KB국민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데스크리포트 5월] 폰·배달 뛰어드는 금융권, 첨예해지는 금산분리 논쟁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3번째)이 2019년 10월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리브엠' 출시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KB금융지주 >


부수 업무로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 KB국민은행은 고객 신용평가모형 등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금융 대표 사업을 겨냥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브엠은 통신업계 알뜰폰 사업자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4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해놓고 있다.

실제 리브엠 가입자 수는 지난해 5월 3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 2월 40만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알뜰폰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이통3사 자회사 정도가 리브엠 보다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리브엠의 정식사업 인가는 여타 금융지주의 알뜰폰 사업 진출 러시로 이어질 태세다.

이자장사에 매몰되어 있다는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운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비이자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창구를 다변화해야하고, 비대면 가속화 등으로 고객 묶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자회사 토스모바일을 통해 알뜰폰시장에 이미 진출했고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현재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알뜰폰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을 중심으로 고령층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NH농협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겨냥하면서 금융권에서도 긴장을 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전국구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자보다 영업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NH농협은행이 실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면 그 파급력이 리브엠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중에서 가장 많은 1106개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정식 진출을 앞둔 시점에 기존 통신업계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비를 받지 않는 0원 프로모션을 내걸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터에 경쟁이 격화될 수 밖에 없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지주의 더 다양한 비금융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에 이어 배달앱도 시중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느냐가 관전포인트다.

신한은행은 2022년 1월 금융권 최초로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했는데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기획부터 전 사업 단계를 직접 챙기며 공을 들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을 2년 연장 성공한 바 있다.

땡겨요는 가맹점에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하며 고공행진했다.

서비스를 선보인 지난해 1월 3만7000명이었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165만6000명, 올해 4월말 192만7000명으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려가며 경쟁 은행업체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자연스레 현 정부가 규제혁신을 기치로 내세우며 손질에 나서고 있는 금산분리 제도 완화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알뜰폰, 배달앱 진출 확산을 지켜본 금산분리 옹호론자들은 시장 불공정성 확대가 가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수십년간 외쳐온 금융권은 핀테크의 사업 확장이라는 달라진 금융환경을 감안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금융당국이 비금융 사업을 부수업무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금산분리 규제 관련법 손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순차적으로 풀어주자는 이야기는 1982년 제도화 직후부터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거리다"며 "금융과 디지털 융합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생산적인 방향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