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뒤 첫 어닝시즌에서 순이익 60% 증가란 깜짝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농협금융의 1분기 실적 호조는 유가증권운용손익을 비롯한 비이자이익이 주도했다. 다만 유가증권운용손익은 시장상황에 따라 변화가 커 이 흐름을 이어가려면 이 회장이 강조해 온 자회사 사이 시너지 경영이 효과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뒤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그 지속가능성에는 물음표가 찍힐 가능성이 있어 이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회장이 4월11일 서울 중구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NH 오픈비즈니스데이 2023'에서 발언하는 모습. < NH농협금융지주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으로 2022년 1분기보다 58.8% 늘어난 9471억 원을 거뒀다. 순이익 측면에서는 9113억 원을 기록한 우리금융지주를 제쳐 4대 금융지주에 이름을 올린 것이기도 하다.
농협금융은 수익성도 크게 개선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농협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포인트 가량 뛴 14.29%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가장 높았다. 총자산이익률(ROA)도 0.80%으로 지난해 말 0.46%에서 급등했다.
농협금융은 비이자이익 확대가 호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은 “전년동기 대비 이자이익은 감소한 반면 유가증권 운용손익 증가로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점이 실적개선의 주요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이익은 예대마진으로 대표되는 이자이익과 이 밖의 비이자이익으로 이뤄지는데 농협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후퇴했지만 비이자이익이 늘어 실적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실제로 2조29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5% 줄었다. 하지만 비이자이익은 7216억 원으로 무려 129.9% 급등했다.
특히 비이자이익 가운데 유가증권 운용손익은 58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16.9% 뛰었다.
다만 유가증권 운용손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가 커 다음 분기에도 이 같은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농협금융의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손익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4189억 원으로 2021년보다 65.4% 가량 쪼그라들었다.
비이자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가증권 손익에 마냥 기대기 힘든 셈이다. 비이자이익을 구성하는 다른 대표항목인 수수료 이익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가는 이유다.
수수료 이익은 증권업과 여신 및 외환, 대행업무 등에서 발생한다. 은행을 포함한 비은행 자회사들의 성장과 관련돼 있어 농협금융의 수수료 이익은 비은행 자회사들과 함께 커 왔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던 2021년에는 농협금융 비이자이익도 1조7314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협금융도 덩달아 순이익 2조2919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농협금융 자회사들의 고른 성장은 이자이익 후퇴가 전망되는 올해 안정적 실적을 내기 위해 더욱 중요하다.
이석준 회장은 그 동안 강조해 온 자회사 사이 시너지를 통해 전 계열사의 고른 성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회사를 비롯해 범 농협이 함께 하는 시너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농협금융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가능경영을 해야 한다”며 “도저히 실행할 수 없다고 한다면 과제를 고감히 버리는 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자회사 사이 협업은 농협금융지주 내부에서 여러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퇴직연금 은퇴자산 관리를 두고 농협은행과 NH-아문디자산운용, NH투자증권이 힘을 모은 것이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은 2월 아문디자산운용과 퇴직연금 자산관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고 고객컨설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NH투자증권과는 업무협약을 맺고 퇴직연금 ETF 매매 체계를 들여와 ETF 30여 종을 취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