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퀸메이커’로 본 오너리스크와 블레임룩, 유통업계 득실은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메이커’에는 '오너리스크'와 '블레임룩'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퀸메이커 포스터(왼쪽)와 2016년 10월31일 최서원씨가 검찰에 출석할 때 벗겨진 프라다 구두.

[비즈니스포스트] “이렇게 사람들 눈을 가리는 거야. 뭘 입고 뭘 신은지 궁금하게 만들어서.”

1일 넷플릭스 공식 집계 순위인 ‘주간(4월17일~23일)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4월14일 공개된 ‘퀸메이커’는 471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TV 비영어부문 2위에 올라있다.

퀸메이커는 4월10일~17일 순위에서 1587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TV 비영어부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은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이었던 황도희가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김희애씨가 황도희역, 문소리씨가 오경숙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는 은성그룹 상무가 갑질 논란으로 인해 검찰에 출석하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황도희는 여러 벌의 옷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전략기획실 직원들에게 ‘블레임룩’이 뭔지 모르냐며 타박한다.

블레임룩은 비난한다의 의미인 ‘블레임’과 외관을 뜻하는 ‘룩’이 합쳐진 신조어다. 우리나라에서 생긴 단어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비난받는 대상의 의상이나 소지품이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끄는 현상을 뜻한다.

이름은 최근에 지어졌지만 블레임룩 현상의 역사는 오래됐다.

18세기 프랑스혁명 때 지도자 ‘장 폴 마라’가 ‘샤를로트 코르데’에게 암살당했다. 코르데가 마라를 죽일 때 입었던 드레스와 모자는 그녀의 이름을 따 ‘코델리아’로 불릴 정도로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블레임룩은 1999년 탈옥수 신창원씨가 검거될 때 입고 있었던 미쏘니 니트다.

미쏘니는 1953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패션브랜드다.

신창원씨가 입었던 니트는 가품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1999년 당시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신창원씨가 입었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니트를 입고 다니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국정농단 사태 때도 블레임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6년 10월31일 최서원씨는 검찰에 출석할 때 프라다 구두를 신고 있었다. 최서원씨가 나타나자 시위대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최서원씨는 인파에 밀려 넘어질 뻔하다가 구두가 벗겨졌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따온 악마를 프라다를 ‘신는다’ 패러디물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매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보도들에 따르면 최서원씨의 구두가 화제가 된 뒤 프라다 매출은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용했던 소프트립스 립밤도 화제가 됐다. 이재용 회장이 사용하는 립밤이 단돈 1.99달러라는 사실 때문에 더 흥미를 끌기도 했다.

소프트립스는 2020년 GS리테일이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만 판매되던 브랜드였다. 소비자들은 직구와 구매대행 등을 통해 소프트립스 립밤을 구매했다.

한 구매대행 플랫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립스 립밤은 청문회 당일에만 100여 개 판매됐다. 2016년 12월 한 달 동안에는 약 2400개가 팔렸다. 이 회장을 통해 소프트립스 립밤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주문 건수가 ‘0’이었다.

가장 최근에 유명했던 블레임룩으로는 ‘박사방 사건’ 운영자 조주빈씨가 2020년 3월25일 검찰로 송치되면서 종로경찰서를 나설 때 입고 있던 휠라 티셔츠가 있다.

조주빈씨가 경찰서 앞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관련 기사에는 ‘악마는 휠라를 입는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휠라코리아는 기자들에게 사진 속 휠라 로고를 모자이크해 달라는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휠라홀딩스의 주가는 예상과 달리 급등했다.

휠라홀딩스 주가는 2020년 3월24일 2만85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3월25일 무려 29.7%가 급등한 2만7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처럼 블레임룩으로 화제가 됐을 때 유통업계에는 장단점이 있다.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리면서 단기적으로 판매량이 상승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브랜드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퀸메이커에서는 블레임룩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국내에 출시되기도 전인 블레임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때맞춰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블레임룩 제품들의 완판 기사를 쏟아내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하고 결국에는 블레임룩으로 오너리스크를 돌파하게 된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