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차를 맹렬히 추격해왔던 현대기아차의 동력이 약해졌다. 현대기아차가 엔화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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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일본 언론들도 ‘일본차 킬러’ 현대기아차가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은 품질을 통해 다시 일본차 따라잡기에 가속을 붙이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글로벌시장에서 404만 대를 팔아 508만 대(추정치)를 판 도요타자동차와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해 글로벌 판매량은 788만 대로 도요타의 76% 수준이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도요타의 판매량의 78%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차보다 비싸진 현대기아차
문제는 수익성이다. 토요타가 수익성에서 현대기아차의 추격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토요타가 엔화약세 효과 덕에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지만 현대기아차는 원화강세 탓에 많이 팔고도 이익을 적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현대차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의 LA지역 판매가는 1만9010달러로 경쟁모델인 도요타의 코롤라(1만8210달러)보다 높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서도 현대차 싼타페(3만775달러)가 도요타 하이랜더(3만75달러)보다 비쌌다. 엔화약세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두 회사의 순익격차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해외판매는 전체의 87%에 이른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만큼 원화강세에 따른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정보제공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3 곳 이상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조정했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23조509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4%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2조3090억 원으로 4.1% 줄 것으로 전망됐다. 기아차의 매출도 전년동기보다 2.1% 증가한 12조20940억 원을 기록할 것이지만 영업이익은 23.3% 감소한 8649억 원을 낼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예상한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4일이나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 일본차 따라잡기 엇갈리는 전망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위협을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며 “우리의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위협요인으로 경쟁 가속화, 신흥시장 침체, 원화강세 등을 꼽았으나 이를 극복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정 회장은 품질 등 기본을 강조하며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재편에 적극 대응하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최근 주가가 과거와 같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현대차의 성장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나 노사문제 같은 수익성 측면보다 생산 판매 증가나 전기차시장 등 신기 시장을 주도할 만한 구체적 청사진에 주가는 반응한다”고 말해 현대기아차가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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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제네시스' 신차 발표회 참석한 정몽구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정홍원 총리(오른쪽에서 네번째) |
일본에서도 ‘일본차 킬러’ 현대차가 예전만큼 무섭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 신문은 최근 현대차가 지난 10여 년 동안 맹렬한 기세로 일본차를 추격해왔고 여전히 라이벌이긴 하지만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현대차는 현재 1990년대 중반 이후 해외생산을 급격히 확대한 일본 자동차업계와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며 “현지생산 확대와 부품업체 육성을 병행해 해외 공급망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일본차 추격에 다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고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기회요인”이라며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와 일본차의 브랜드 파워 차이가 미국에서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지난 4월 누적 판매량 58만3890대를 기록해 GM(57만6134대)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토요타(28만7188대)를 비롯한 닛산(32만4659대), 혼다(22만2408대) 등 일본 완성차기업들의 판매량은 현대기아차를 밑돌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이 기간에 일본 완성차기업들에 비해 다소 낮은 10.1%의 성장률을 보인 점은 좋지 않은 징표다. 이 기간에 도요타, 닛산, 혼다의 성장률은 각각 16.0%, 23.9%, 10.7%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