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980년대 일본 기업 소니는 한국인들에게 ‘넘사벽’이었다. 삼성전자가 그 벽을 허물었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이들은 일본 자동차를 따라잡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세계 시장을 재패한 일본 토요타는 넘사벽 이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Wh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년 남짓, '넘사벽' 토요타 잡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1분기(1~3월) 역대 최대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판매 1위 토요타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1분기(1~3월) 역대 최대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판매 1위 토요타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던 토요타의 영업이익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NH투자증권이 추산한 올해 1분기 토요타의 영업이익 5094억 엔(약 5조1천억 원)을 26.8% 넘어서는 것이다. 두 회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5%로 5%대로 추정되는 토요타 영업률의 2배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의 고수익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는 완성차업체의 전통적 비수기인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영업환경이 좋아지는 데다가 환율도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2022년 정점을 찍고 같은해 4분기부터 꺾이고 있는 원자재 가격 하락분이 올해 1분기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아를 놓고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영업이익은 물론 판매량도 토요타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보인다. 명실상부하게 토요타를 '제치는' 것이다.

물론 판매량을 보면 아직 격차는 상당하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포커스투무브가 최근 집계한 1~2월 글로벌 자동차 누적판매 자료를 보면 토요타그룹은 155만 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그룹이 114만 대로 2위, 현대차그룹이 104만 대로 3위에 올랐다. 4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93만6127대), 5위 스텔란티스그룹(93만2587대)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질주가 정의선 회장이 '운전대'를 잡은 뒤 3년도 되지 않아 이뤄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계 자동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무엇보다 현대차그룹 자동차에 씌워진 ‘싼 차’라는 이미지를 극복한 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에스콰이어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쿨’하다는 이미지와 갖고 싶다는 욕구를 모두 일으키는 브랜드로 거듭났다"고 격찬했다.

현대차그룹 브랜드 가치는 토요타와 아직 전체 판매량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음에도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서 확인된다.

자동차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정 회장이 총괄수석부회장을 맡은 2018년만 해도 현대차의 차급별 판매비중은 A·B·C세그먼트(경형·소형·준중형)가 79.7%, D·E·F세그먼트(중형·준대형·대형)가 28.3%를 보였다. 

반면 2022년 판매에선 A~C세그먼트는 35%, D~F세그먼트는 65%로 판매 차급 비중이 반대로 역전됐다. 같은 기간 기아의 D~F세그먼트 비중도 44.4%에서 70.9%로 치솟았다.

반면 토요타는 지난해 기준 전체 판매에서 D세그먼트(중형) 이상 차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55.5%에 그쳤다.

싼 가격에 사는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상품성과 브랜드 신뢰도를 인정받으며 중형급 이상 차량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전기차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주행속도는 놀랍다.

정 회장은 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무버`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선제적 투자로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앞선 전기차 경쟁력을 키워왔다.

올해 초부터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중형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은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2023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5에 이어 아이오닉6로 세계 올해의 자동차 상을 2연패했다.

기아 EV6는 올 1월 '2023 북미 올해의 차(NACTOY)' 시상식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를 수상해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모두 휩쓸고 있다.

물론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의 판매실적은 아직 대부분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 포함)에 기대고 있다.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가 판매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6.5%, 기아가 5.5%에 머문다.

하지만 현대차 3종, 기아 2종, 제네시스 3종 등 8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테슬라를 제외한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차 단독으로도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업체 가운데 전기차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는 테슬라와 기아가 유일하다`고 짚었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해 온 토요타는 전기차 개발에서 크게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 첫 양산형 전기차 bz4x는 지난해 6월 출시 두 달도 되기 전에 부품 결함으로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토요타는 지난달 수장을 교체하고 이달 2026년까지 전기차 신차 10종을 출시하고 연간 1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토요타의 목표가 2026년 전기차 184만 대 판매 계획을 세운 현대차그룹보다 소극적인데다, 이미 8종의 전기차라인업을 갖추는 현대차그룹과 비교해 해당 목표 달성의 가시성도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자동차의 토요타 추월.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기대감을 주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정 회장에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