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작년 1월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원작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웹툰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면서 네이버웹툰 작품을 활용한 이런 드라마·영화 제작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웹툰 넷플릭스의 한국시장 투자에 쾌재, 김준구 영상화 확대 기회

▲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네이버웹툰의 IP 영상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


이는 네이버가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올해 27개 이상의 웹툰·웹소설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공개된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에만 25개의 작품을 영상으로 선보였는데 올해에도 보유한 지식재산(IP)으로 꾸준히 2차 창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방영된 작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을 넘어 처음부터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현지 언어로 제작하기도 한다.

웹툰의 영상화는 김준구 대표가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5일 진행한 미디어간담회에서 “네이버웹툰은 한국에서 건실한 생태계를 만드는 1단계와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2단계를 거쳐 IP를 다양하게 확장하는 3단계에 들어섰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등 빅테크 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고 웹툰 산업의 규모를 키워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의 작품은 이미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4월 기준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 역대 시청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한국 작품은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총 4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네이버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돼 크게 흥행하면서 현재 시즌2가 제작되고 있다.

이밖에 드라마 ‘지옥’이나 영화 ‘신과 함께’도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웹툰 ‘이두나!’는 넷플릭스로 선보이는 동시에 중국에서는 현지에 특화된 작품으로 따로 제작돼 빌리빌리를 통해 공개된다.

네이버웹툰의 작품은 국내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기도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만큼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앞서 25일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 동안 한국 콘텐츠 산업에 25억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2021년의 국내 투자금액은 5천억 원이며 그 뒤로는 투자금액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왔지만 이번 계획 발표가 네이버웹툰에 기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해에도 수십 개의 웹툰·웹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가운데 네이버웹툰은 국내 웹툰업계 1위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데이터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달 내놓은 ‘웹툰·웹소설 트렌드리포트 2023’에 따르면 웹툰 플랫폼 이용자들의 74.8%는 네이버웹툰을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웹툰의 영상화를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보는 것은 크지 않다. 저작권은 네이버웹툰이 아니라 각 작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제작된 영상에 대한 권리는 넷플릭스 등이 가지고 있다.

네이버웹툰 산하의 스튜디오N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공동제작에 머물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는 초기 약속된 금액 외에 작품 흥행에 따른 수익은 제작사에 돌아가지 않는 구조로 계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웹툰이 웹툰의 영상화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점은 영화·드라마 흥행에 따른 웹툰 이용자 증가다. 웹툰을 몰랐던 영화·드라마 시청자들이 원작을 찾아 네이버웹툰을 찾아 작품을 본다는 것이다. 이미 완결된 작품을 보려면 대부분 유료결제를 해야 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 ‘지옥’은 넷플릭스 시리즈가 공개된 이후 주간 평균 조회수가 22배, 유료결제 이용자수는 14배 정도 중가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넷플릭스 시리즈가 공개되고 나서 웹툰 조회수는 80배, 결제금액은 59배 늘어났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 외에도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으로 웹툰을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이용자 유입과 이에 따른 수익성 증대는 상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진짜 경쟁사’로 생각하는 넷플릭스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준구 대표는 2~3년 안에 네이버웹툰을 미국에 상장하려는 목표로 내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도 지난해 1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웹툰의 글로벌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해 몇 년 내로 미국에서의 성공적 상장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이버웹툰 한국 법인은 꾸준한 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글로벌 사업에서는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콘텐츠사업에서 36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는 해외 이용자들은 8560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한국 이용자의 26%는 유료 이용자인 반면 해외 이용자의 경우 이 비중이 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접한 해외 이용자들이 완결된 원작 웹툰을 보고 싶다면 유료결제를 해야 해 네이버웹툰에 돌아오는 이익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11월 콘퍼런스콜에서 “웹툰의 글로벌 IPO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건강한 성장세는 유지하면서도 분기마다 수익성을 점차 개선하고 상장 시점까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경영상의 목표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은 유료 이용자수 확대를 위해 삼성카드와 손잡고 제휴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제휴카드를 통해 적립된 포인트를 웹툰 결제에 사용할 수 있어 카드 회원수와 함께 웹툰 유료이용자수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국내외 OTT, 지상파, 제작사 등 다양한 업계에서 웹툰·웹소설 IP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며 ”웹툰 원작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IP 사업 기회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