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가 양호했지만 체감 경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6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내수시장 회복 강도를 가늠해봤지만 현지인들의 소비심리 개선과 체감 경기는 지표만큼 강하지 않았다”며 “미래 소득 증가를 두고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는 양호했지만 체감 경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3월10일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 <연합뉴스> |
중국 국가 통계국은 18일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5% 늘었다고 발표했다.
4.5%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을 두고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 중국인들이 직접 느끼는 경기는 지표만 못 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중국 하이난의 면세점 방문자수와 매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인당 매출액은 오히려 지난해 1분기 대비 10%, 전 분기 대비 16% 줄었다”며 “리오프닝에도 중국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있으며 소비재주가 약세다”고 바라봤다.
느린 가처분 소득 회복이 체감경기가 지표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꼽혔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5%를 기록했지만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0% 느는데 그쳤다.
가처분소득은 가계가 일정한 기간에 얻은 소득 가운데 각종 세금과 개인의 이자지급 등의 부담을 제외하고 사회보장금이나 연금과 같은 이전소득을 보탠 것이다. 언제든 자유로이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으로 체감경기의 주요 지표다.
최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중국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GDP 성장률을 웃돌았던 것과 대조적이다”며 “청년실업률이 19.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가계 소비 심리 회복을 늦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중국 정부 정책이 경기부양보다는 산업정책에 집중돼 단기 낙수효과가 줄었다는 점도 체감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경기부양이었고 이는 가계소비 증가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흐름을 만들었다”며 “다만 2018년 미국과 갈등이 본격화한 뒤 공급망 안전과 국가 안보가 경제성장 만큼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시장 예상을 밑도는 보수적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는 대신 1998년 이래 최대 규모 공산당 조직 개편으로 산업정책에 힘을 쏟아 국민들이 받는 낙수효과도 약해졌다”고 덧붙였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