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보도가 위협에 그쳐 변화 유발 실패", 해법 보도 필요성 높아져

▲ 위협만을 강조하는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는 대중의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24일 나왔다. 사진은 기상청 기상기후 사진 공모전 당선작으로 3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종합보고서' 표지. <기상청>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언론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위협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해법과 대응방법도 함께 보도해야 대중의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지구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는 ‘1면을 장식하는 기후변화 연구 : 사회적 행동에 적합한가’라는 논문이 실렸다.

논문을 작성한 스위스 로잔 대학교의 마리-엘로디 페르가와 파브리지오 부테라 교수 연구팀은 2020년에 게재된 기후변화 관련 과학기사 5만1230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언론은 주로 다학제(multidisciplinary) 혹은 최상위(top-tier)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의 보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의 연구 결과가 언론에 선택되고 대중에 표출되는 과정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말해 언론보도가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이나 실제 사회 참여를 유발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주로 자연과학적 연구성과물 혹은 세기말 예측, 대규모의 기후변화 결과를 보도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언론은 연구결과 보도에서 기후변화의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지역적 측면을 버린다(discard)”며 “언론에 의해 선택된 기후변화 관련 연구결과들이 대중을 움직일 수 있을지 몰라도 대중운동을 촉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지나치게 위협이 강조되는 언론보도는 오히려 대중에게 정보와 행동 사이에 장벽을 강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지적했다.

대중이 ‘기후위기’라는 위협(threat)을 인식하게는 되지만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은 심리학에서 ‘개인이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할 수 없거나 대처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로 정의된다”며 “대중이 위협을 느끼는 상황은 그저 ‘공포(fear)’로 연결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대중의 실제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언론보도가 단순히 위협에 그치지 말고 해결 방법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진은 “환경을 비롯해 안전, 건강 등 관련 캠페인에서 구체적 권고사항이 수반되지 않은 채 공포를 향한 호소만 이뤄지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만 보도하는 것은 오히려 기후 불안만 강화하거나 친환경적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기후위기는 물론 사회 문제를 보도하는 데에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국내외 언론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단순히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해결 방법도 함께 주목해 다루는 언론보도 기법이다.

미국에서는 2013년에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라는 비영리기관이 설립돼 언론보도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 한국 블로그에 따르면 창립자인 언론인 데이빗 본스타인은 “언론이 문제만 이야기하고 문제 해결의 과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그건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계속 혼만 내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은 전혀 안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사람들이 의료와 교육, 금융 등 정부 공공 부문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