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은 한때 농심과 함께 라면시장 1, 2위를 다툰 ‘강자’였지만 이제 오뚜기에 밀려 3위 신세가 됐는데 최근 3위마저 위험하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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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
신제품 개발에 소홀한 채 외식사업에 눈을 돌린 게 ‘패착’으로 꼽힌다.
26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심과 치열하게 1,2위를 다투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3위로 내려앉았다.
삼양식품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틈새를 오뚜기가 재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61.6%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오뚜기가 18.3%로 뒤를 이었고 삼양식품은 11.4%에 머물렀다.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이 1985년만 해도 40.9%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초라한 성적표다.
삼양식품은 해가 갈수록 점유율이 후퇴하고 있다. 점유율이 12.8%(2011년)→11.7%(2013년)→11.4%(2015년) 로 떨어지다 올해 1분기 10.3%로 추락했다. 이런 부진이 이어질 경우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이 한자릿수까지 뒷걸음질 할 수도 있다.
삼양식품은 실적에서도 위기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순손실 34억 원을 냈다.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71억43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6.5% 줄었다. 매출도 7.5%나 감소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었던 데다 오너가 외식사업으로 눈을 돌렸던 것이 삼양식품 ‘추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프리미엄라면 돌풍을 몰고온 ‘진짬뽕’은 오뚜기가, 짜장라면 인기를 선도한 ‘짜왕’은 농심이 각각 출시했다. 몇해 전 하얀국물라면 바람을 일으킨 ‘꼬꼬면’은 업계 4위 팔도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라면업계에서 수년 동안 화제가 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전인장 회장이 2010년 경영권을 승계했는데 전 회장은 외식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늘렸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라면업계에서 신제품 출시가 늦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그나마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호면당’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오너 2세가 신사업에 주력하다보니 본업인 라면에서 핵심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것이다.
오너일가에 대한 도덕성 논란도 삼양식품으로서는 곤혹스런 대목이다.
삼샹식품은 전 회장이 단독 경영을 맡은 이후 계열사 부당지원, 오너일가 부당이익 편취, 유령회사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2014년 ‘집안기업’으로 분류되는 내츄럴삼양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뒤늦제 적발돼 과징금 26억 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예전 ‘우지파동’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과거 보여주었던 삼양식품만의 근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