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엘든링, 디스아너드, 배틀필드3과 4. 이 게임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수상한 게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과 같은 공통점을 공유하는 국산 기대작이 있다. 바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다. P의 거짓은 네오위즈에서 개발하고 있는 3인칭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의 게임으로 올해 8월 출시가 예정돼 있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게임으로도 분류된다. 소울라이크란 일본의 게임 개발사 프롬소프트웨어가 제작한 하드코어 액션 게임 다크소울 시리즈와 비슷한 종류의 게임 문법을 따르는 게임들을 말한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우직하고 정직한 액션, 보스도 아니고 잡몹에서부터 느껴지는 악독한 난도, 가혹한 사망 페널티.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이겨내고 보스를 클리어 하는 데 성공했을 때 희열 등이 이 장르의 주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소울라이크 이야기를 하면서 프롬소프트웨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롬소프트웨어는 몰락의 눈앞까지 갔다가 ‘소울 시리즈’로 완전히 부활했다. 아니 부활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회사로 다시 태어난 회사다.

프롬소프트웨어는 원래 RPG인 킹스 필드, 메카닉 액션인 아머드 코어 등을 개발하고 명성을 얻었던 회사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격고 있다가 2009년 데몬즈 소울을 시작으로 2011년 다크 소울, 2014년 다크소울2가 연속으로 히트하면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게임 회사로 우뚝 서게 됐다.

프롬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액션 RPG 분야의 왕좌에 올려놓은 게임이 바로 ‘엘든링’이다. 그리고 이 엘든링이야말로 P의 거짓과 굉장히 커다란 공통점이 있는 게임이다. P의 거짓과 엘든링은 모두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달성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달성한 이후 발매된 엘든링은, 발매 3주 만에 세계적으로 패키지 1200만 장을 팔아치웠고, 2023년 2월에는 판매량 2천만 장을 돌파했다. 칠레 인구가 2021년 기준으로 1962만 명이니, 이 게임을 구매한 사람들로만 칠레 정도의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엘든링은 발매 전부터 P의 거짓과는 비교가 힘든 수준의 관심을 받았던 게임인만큼 P의 거짓이 엘든링 수준의 판매량을 달성한다는 가정은 무리한 가정일 수 있다. 

하지만 엘든링이 그만큼 대단한 게임이기 때문에, P의 거짓이 엘든링 판매량의 25% 정도만 판매에 성공하더라도 세계적으로 500만 장을 판매한다는 뜻이다. 이 500만 장을 모두 스탠다드 패키지(60달러)로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네오위즈는 단순 계산으로 매출 3억 달러(약 3900억 원)가량을 내게 된다. 

네오위즈의 2022년 매출이 2946억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상당한 규모다. 그런데 네오위즈가 높은 매출만을 노리고 있었다면 소울라이크 게임이 아니라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네오위즈의 계산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P의 거짓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면, 저 게임은 네오위즈에게 단순히 돈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막대한 글로벌 인지도 상승 효과를 가져다주게 된다. 그리고 네오위즈가 P의 거짓을 통해 게임 명가로 거듭나게 된다면 네오위즈의 기업가치 역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게이머라면 모두 CDPR(CD프로젝트레드)을 알고 있다. 하지만 2014년까지 CDPR은 소설 ‘위쳐’ 시리즈의 팬이거나, 서양 RPG게임에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면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은 회사였다. 

물론 CDPR의 위쳐1, 위쳐2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들의 동향에 세계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수준의 회사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5년에 위쳐3가 출시된 이후 CDPR 주가는 2015년 초 16즈워티(폴란드 통화, 약 4755원)에서 2020년 9월에는 무려 400 즈워티, 우리나라 돈으로 11만88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출시한 ‘사이버펑크2077’이 혹평을 받으며 주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한참 주가가 높았을 당시 CDPR의 시가총액은 12조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4월21일 종가 기준 네오위즈 시가총액은 약 8824억 원이다. 위쳐3 발매 이전 CDPR 시가총액은 7천억 원 정도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지만, P의 거짓이 위쳐3나 다크소울, 엘든링 급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다면 네오위즈의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뛰는 것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과연 P의 거짓의 성공 가능성을 따지는 일이다.

물론 당연히 P의 거짓이 어느 정도의 퀄리티로 나오는지가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건 게임이 나와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게임 외적인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P의 거짓과 똑같이 게임스컴에서 상을 받았던 여러 게임들과 P의 거짓 사이에는 굉장히 커다란 차이점 하나가 있다. 바로 게임의 인지도다.

엘든링은  ‘소울 시리즈’를 만들어 낸 프롬소프트웨어가 만든 오픈월드 액션 RPG로 발매되기만 하면 1천만 장 판매는 보장돼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압도적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다. 젤다의전설이나 배틀필드 지식재산(IP)의 위력은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P의 거짓은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이고, 사실 네오위즈의 이름값 역시 앞의 회사들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아무리 게임성이 훌륭하더라도 실제로 이용자들이 구매해서 플레이를 해봐야 그 게임의 진가를 알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흥행에 인지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콘솔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나 F2P 게임처럼 무료로 내려받고 재미없으면 지우면 되는 게임과 달리 처음부터 돈을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네오위즈가 P의 거짓을 발매와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용자들의 진입장벽을 확연하게 낮춰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영화를 돈을 내고 보는 데에는 저항감이 있지만, 만약 그 영화가 넷플릭스에 등록돼있다면 “한 번 봐 볼까?”라는 마음이 훨씬 쉽게 생기게 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전략이 최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의 재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P의 거짓이 트레일러나, 지스타 시연 버전, 올해 4월10일부터 진행된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출시 전에 호평을 받았던 게임이 막상 세상에 나온 뒤 혹평을 받은 사례는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과연 P의 거짓은 게이머들의 기대대로 훌륭하게 출시돼서, 한국의 게임회사들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게이머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될까? 몇 년 후의 네오위즈 주가가 궁금해진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