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훈 커리어케어 파이낸스 본부장은 "금리가 올라간 만큼 최근 채권투자나 채권·외환·상품(FICC) 관련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쪽에서 사람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금융시장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그 여파로 크게 출렁였다. 40년 된 은행이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0시간에 불과했다.
실리콘밸리은행에 이어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다행히도 미국, 스위스, 독일 정부의 발빠른 대처에 금세 안정을 되찾았는데 디지털 금융의 시대 위기도 수습도 모두 속도전이었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파이낸스본부장 장대훈 전무는 24일 "SVB 사태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벌어진 디지털 뱅크런"이라고 해석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장 본부장은 삼성생명, 부즈앨런앤해밀턴, LG투신운용에서 금융전략 컨설턴트와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금융 전문가다.
- 디지털금융 시대의 위기는 기존의 금융위기들과 어떻게 다른가?
"SVB 사태에서 본 것처럼 속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에서 SVB 사태가 벌어지면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계 관계자들도 SVB사태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날로그금융 시대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돈을 인출하려고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하지만 디지털금융시대의 뱅크런은 전개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빛의 속도로 이쪽 계좌의 돈을 저쪽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진압도 그만큼 빠르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의 리스크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아주 단시간에 시장에 확산되고 바로 진압된 것을 생각해 보라. 루머도 빨리 돌고 관계 당국의 대처도 그만큼 빨라졌다."
- 디지털금융 시대에 인재 수요도 달라진 것 같다. 어느 쪽에서 인재 수요가 발생하고 있나?
"디지털금융 시대를 맞아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이 구축되고 있는데 이를 구축하는 이들이 바로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다.
건축 과정을 연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우선 가상 디지털 금융 공간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인력, 즉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획에 따라 고객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이나 사용자경험(UX)을 디자인할 인력이 있어야 한다. 또 기존의IT 시스템과 새로 만든 대고객 디지털 금융공간을 연결하는 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구축이 끝난 뒤 운영에 필요한 운영인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나 해킹에 대비한 인력 수요도 발생한다. 최근 들어 헤드헌팅회사에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나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추천 요청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 고금리와 저성장으로 금융기업의 인재 수요가 바뀐 것 같은데.
"지난 15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형성된 투자의 매커니즘이 대폭 변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고금리시대를 겪어본 사람은 매우 드물다. 저금리시대에는 사모펀드(PE), 투자은행(IB), 부동산으로 인재들이 흘러갔는데 최근 그쪽의 일감이 대폭 감소했다.
여전히 해외 대체투자 같이 매력적 시장이 있긴 하지만 대세는 바뀌었다. 금리가 올라간 만큼 최근에는 채권투자나 채권·외환·상품(FICC) 관련 현물과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쪽에서 사람을 많이 찾는다. 물론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할 사람도 여전히 수요가 많다."
- 헤드헌팅회사에 먼저 연락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물론이다. 금융분야의 경력자들은 대개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이직을 준비한다. 신뢰할 수 있는 헤드헌터와 연락하면서 시장상황을 파악한다. 기업의 내부상황과 보상 수준을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하고 움직인다. 가끔 경험 많은 헤드헌터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소상하게 기업정보를 알고 있는 후보자들을 만나 당황할 때도 있다."
- 요즈음 금융 인재들이 가고 싶은 곳은 어딘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쳐주는 회사다. 그리고 자신이 차별화 할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투자 파트의 프론트에 있는 인재들은 PE(사모펀드), VC(벤처투자), IB(투자은행) 분야의 최고기업으로 옮기려고 한다. 또 디지털금융 인재들은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곳을 선호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움직임이 아직도 활발한데 기업들은 내부에 CVC관련 인력이 없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나 대표펀드매니저를 비롯해 VC 분야의 인재를 영입할 수밖에 없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커리어케어에도 벤처캐피탈 분야의 인재 추천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