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수,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이사가 수익성 향상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몸집을 키우는 데 성공한 만큼 이제는 효율성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며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진수(왼쪽),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이사. |
21일 카카오TV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오리지널 유료 프로그램의 판매를 종료한다.
카카오TV는 2015년 6월 카카오가 출범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20~30분 길이의 미드폼 위주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TV는 제휴를 맺은 방송사나 유튜브 등의 영상을 무료로 제공해오다가 2020년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받아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카카오TV를 카카오톡과 연결해 이용자들의 편의성도 높였다.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모바일에 최적화 된 미드폼 위주 콘텐츠를 공급해 기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유료 콘텐츠 판매를 종료함에 따라 카카오TV는 무료 동영상 플랫폼으로만 남게 됐다.
카카오TV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오리지널 콘텐츠 판매 종료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직접 제작한 드라마와 예능을 지상파, 종편, OTT 등에 공급하며 미디어 사업분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TV에만 독점 제공하는 콘텐츠는 처음 일주일 동안 무료로 공개한 뒤 유료로 전환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제작비만 잡아먹는 밑 빠진 독인 셈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나 유튜브와의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유료 콘텐츠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중 넷플릭스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거두고 있다”며 “다수의 경쟁자가 점유율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진입하려면 막대한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OTT가 선점하고 있는 제한된 영업환경에서 자체 OTT를 수익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TV에 투자하기보다 IP 확보와 글로벌 레퍼런스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김성수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미디어와 뮤직 부문을 맡고 있다. 카카오TV는 유료 서비스 종료 공지를 3월에 올렸는데 김 대표는 3월 말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 전 이 같은 결정에 관여했을 공산이 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부문을 맡고 있는 이진수 대표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는 ‘채팅소설’ 서비스를 조만간 종료하기로 했다.
채팅소설은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이는 웹소설 서비스로 짧은 콘텐츠를 좋아하는 10~20대를 겨냥해 출시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채팅소설 서비스 개발에 3년 이상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채팅소설을 시범 서비스로 출시해 8개월 정도 운영해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서비스 종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채팅소설에 앞서 운영되던 ‘톡드랍’도 작년 9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4월 카카오톡 대화 형식을 빌린 유머콘텐츠 ‘톡드립’ 서비스를 시작해 1년여 간 선보였지만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서비스를 종료했다.
김성수, 이진수 두 대표가 이처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것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7년 만에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647억 원, 영업손실 138억 원, 순손실 6297억 원을 거뒀다. 2021년보다 매출은 49.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최대 관심사는 상장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부터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지만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에 순위가 밀렸고 2021년 이후로는 ‘문어발 확장’, ‘쪼개기 상장’ 비판에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3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상장을 위해 남은 과제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흑자전환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한국법인의 청산절차도 4월에 시작했다. 이곳에 있던 직원 30여 명 가운데 일부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정리해고 될 것으로 보인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