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그래픽반도체기업 AMD의 위탁생산물량을 확대해 스마트폰용 AP(모바일프로세서) 수요둔화에 따른 타격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AMD는 그래픽반도체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공급처를 늘리며 서버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사업분야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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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AMD가 대만 TSMC와 중국업체에 맡기던 반도체 위탁생산물량을 삼성전자에 넘겨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6일 “AMD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어디에 맡기는지가 3년 동안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AMD는 포브스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글로벌파운드리와 오랜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삼성전자와 14나노공정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해 삼성전자의 14나노공정으로 생산하는 형태의 공동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MD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신제품 ‘RX480’ 위탁생산을 수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MD는 그동안 대부분의 제품을 TSMC의 28나노공정으로 위탁생산해 왔다. 하지만 그래픽반도체 경쟁사인 엔비디아가 TSMC의 16나노공정에 위탁생산을 맡기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의 14나노공정을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동안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며 “AMD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차기제품 생산을 계속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가상현실과 고성능 게임 등 그래픽 콘텐츠의 고사양화가 이어지며 세계 그래픽카드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는 애플이 PC제품인 아이맥과 맥북 시리즈에 AMD의 그래픽카드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마켓리얼리스트는 “AMD의 신제품은 고성능에도 199달러로 가격경쟁력을 갖춰 애플에 대량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이 매분기 500만 대에 이르는 PC 판매량을 기록하는 만큼 AMD의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MD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올해와 내년 출시를 앞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신제품에 그래픽카드를 공급하며 추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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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 수 AMD CEO. |
그래픽카드는 구조적 특성상 수많은 병렬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서버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반도체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다. AMD는 이런 신사업분야에 진출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AMD는 보급형 그래픽카드에서 고성능 반도체로 중심을 이동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인텔과 엔비디아의 서버용 반도체와 그래픽카드 점유율을 크게 빼앗을 것”으로 예상했다.
AMD 주가는 지난 2월 주당 1.83달러에 거래됐지만 현재 6.7달러로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주로 애플과 퀄컴 등으로부터 스마트폰용 고성능 AP의 위탁생산을 수주하며 시스템반도체 실적을 내왔다.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위탁생산 세계1위 업체인 TSMC의 시장지배력도 점점 확대되고 있어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성장성이 높은 AMD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버와 인공지능 반도체는 기술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AMD는 현재 중국업체에 서버용 반도체의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지만 결국 삼성전자의 앞선 공정기술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