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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2월5일 열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탄생 100주년 행사에 가족대표로 나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편법승계는 두고두고 불행의 씨앗이 된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때 그룹 산하 재단을 이용하고 차명주식을 활용하는 편법을 썼다. 이런 편법은 뒷날 형제소송이라는 오명으로 돌아왔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산하 재단을 이용했다. 당시 법규 상 주식을 상속할 때 일반거래인 경우에만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었다.
이 창업주는 1965년 설립한 삼성문화재단에 먼저 지분을 넘기고 나중에 이 회장이 이를 사들이는 방법을 썼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증여세를 면제받았다.
이 창업주에서 삼성문화재단을 거쳐 이 회장에게 이어지는 지분확보 체계는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이 창업주는 1976년 기준으로 핵심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지분을 각각 8.9%와 10.7% 보유했다. 4년 후 두 회사에 대한 이 창업주의 지분은 각각 2.96%와 3.41%로 줄어들었다.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1976년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지분을 각각 21.9%와 29% 보유했다. 그러나 1980년 보유지분이 제일모직 9.96%와 제일제당 6.94%로 떨어졌다.
이 회장은 이 기간에 꾸준히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했던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지분을 사들였다. 또 개인적으로 계열사 지분 매입과 직접 상속을 병행했다.
이 회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제일모직과 제일제당을 비롯한 주력계열사의 대주주가 됐다. 당시 그가 낸 상속증여세는 총 181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계열사 지분을 많이 지닌 편은 아니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삼성전자 지분 3.3%와 삼성물산 지분 4.6%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지분은 1989년 기준으로 10% 정도를 소유했다.
이 회장은 당시 제일모직과 제일제당에 대한 보유 지분만으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기 힘든 상태였다.
이 회장은 이 간극을 이병철 창업주가 숨겨 놓은 차명주식을 통해 메웠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결과를 보면 모두 486명이 이 창업주 재직 당시 발행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장은 이 창업주에게 단독으로 차명주식을 물려받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했다.
이 회장의 차명주식 상속 문제는 2012년 2월 이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유산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단독 차명주식 상속은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법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은 삼성 경영권 방어가 아닌 재산은닉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차명주식을 단독으로 상속받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형제가 벌였던 소송은 이건희 회장이 승소하고 이맹희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끝났다. 그러나 이 소송은 이건희 회장에게 평생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