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논 대신 반도체에 물 댄다, 벼농사 포기하면 정부가 보조금 지급

▲ 대만이 가뭄을 겪으면서 수자원을 반도체공장에 우선 공급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대만의 바오샨 저수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만이 장기간 가뭄을 겪으면서 TSMC와 같은 반도체기업 공장에 수자원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벼농사를 중단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라디오방송국 NPR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최근 3년 동안 대만 남부지역 농가에 벼를 재배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 규모가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도하며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로는 부족한 수자원을 반도체공장에서 사용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점이 꼽혔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반도체업계가 농가와 한정된 물을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올해 타이난와 핑퉁 등 대만 남부지역 강수량은 평년의 40% 에 불과하며 이는 3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만은 강수량이 1년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지 않아 여름철 태풍에 대부분의 수자원을 의존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태풍이 마지막으로 대만에 비를 뿌리고 간 시기가 2019년 8월이라고 전했다. 

3년 가까이 강수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며 대만 정부가 농가에 벼농사를 자제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NPR은 가뭄이 이어지면서 대만 정부당국이 반도체 생산공장에 우선적으로 수자원을 배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대표 반도체기업 TSMC와 농가의 물 사용량 변화 추세는 대만 정부당국이 수자원을 어디에 집중시켰는지 보여준다. 

TSMC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TSMC가 대만 반도체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수는 2019년 5800만 톤에서 2021년 7610만 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농업용수 사용량은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타이페이무역관이 정리한 대만 산업용도별 수자원 이용현황에 따르면 2020년 대만 농업용수 사용량은 2019년보다 2.4% 줄었다.

대만 타이난 시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양 콴웨이는 NPR을 통해 “우리에게는 농업용수가 거의 없다"며 "반면 (반도체와 같은) 다른 곳에서 물을 다 끌어쓴다”고 말했다. 

타이난 시에서는 TSMC가 남대만과학공원(STSP)에 건설한 공장에서 5나노 및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대만정부가 반도체 공장에 수자원을 밀어주는 이유로는 우선 경제적 측면이 지목된다. 

대만국립대학 물관리 전문 교수인 진 유는 NPR을 통해 “반도체 산업이 대만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이유로 대만정부가 너무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이는 좋은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NPR은 국가안보적 이유 때문에도 대만정부가 농업 대신 반도체산업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TSMC 공장을 노려 무력도발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TSMC의 경쟁력을 유지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NPR은 TSMC가 수자원 절약에 동참해 대만에서의 물 사용량을 줄였지만 앞으로 대만 섬의 수자원은 반도체 산업에 갈수록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PR은 음력 기준 4월과 5월인 대만 장마철에 강수량이 얼마를 기록하는지에 따라 하반기 수자원 공급이 좌우될 것으로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