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는 사주 일가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물게 오너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오너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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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최근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넥슨 등에서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으로,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넥슨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로 각각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오너리스크는 해당기업에 이미지 훼손과 같은 ‘무형의’ 타격만 입히는 것이 아니다.
롯데그룹의 경우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상장계열사의 시가총액이 1조5천억 원이나 증발했다. 신동빈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은 물건너가 버렸다.
증시에서 ‘개미’들이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면 가시방석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돌발변수’에 신경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렵게 된다.
그런데 오너리스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너들이 ‘회사는 내 것’이라고 인식하는 탓이 크다. 그러다 보니 ‘내 회사를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로 발전하게 된다.
한국재벌들은 창업주가 기업을 일궈낸 뒤 경영권을 ‘세습하는’ 행태를 보여왔는데 이런 풍토 속에 '회사는 내 것' 이라는 인식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뉴스타파의 보도 뒤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져 당혹스럽다”면서도“이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회사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코 개인 ‘사생활’ 차원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김인 전 삼성SDS 사장이 이 회장의 ‘안가’로 쓰인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계약자로 등장하고 여성들이 받은 수표가 우리은행 삼성타운 지점에서 발행된 것으로 나온다. 회사가 이 회장의 ‘사생활’을 위해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고위 경영진들도 은연중에 '회사는 오너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백 번 양보해 정서상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다고 해도 지분구조를 보면 그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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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6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총수 지분율은 0.9%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0.61%였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지분은 이보다 적은 0.48%였다. 대기업 총수들이 이런 지분으로 황제처럼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이유이기도 하다.
동영상 파문과 관련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그룹 내 친위부대를 사생활에 동원했다는 의심이 나온다”며 “황제경영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총수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견제와 감시를 받는 구조를 만들 필요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는 “재벌들은 과거부터 법 위의 존재라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대외변수' 외에 오너리스크라는 또 다른 변수까지 짊어진채 ‘경제전쟁’에 나서고 있다. 이래선 출발부터 제대로 된 싸움이 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