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은 총재 평가가 한국은행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업무와 내부 경영에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한은 노동조합이 18일 내놓은 이 총재 취임 1주년 조합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총재 전체업무실적 평가는 보통(50%)이 가장 많았고 ‘잘함’과 ‘매우 잘함’은 각각 36%와 4%로 집계됐다. 내부경영 평가도 보통(40%)이 가장 컸지만 ‘못함’과 ‘매우 못함’은 각각 32%와 14%였다.
▲ 이창용 한은 총재 평가가 한국은행 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업무와 내부 경영에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가 11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야별로 평가가 차이가 나는 것은 경제정책과 한은 직원들의 급여와 관련한 평가가 달랐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은 노동자들은 대체적으로 이 총재의 업무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68%가 ‘그렇다’고 답변했고 ‘매우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도 16%였다. ‘금융안정을 위한 노력이 적절했는지’의 질문에도 70%가 ‘그렇다’고 답변했고 ‘매우 그렇다’는 비율도 14%였다.
이 총재가 취임한 뒤 한은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갔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4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렇지 않다(22%)’, ‘매우 그렇다(14%)’가 뒤를 이었다.
다만 한은 노동자들은 급여수준을 이유로 이 총재의 내부 경영능력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취임한 뒤 한은의 급여수준이 적정한 수준으로 회복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그렇지 않다’고 봤다. ‘매우 그렇지 않다’는 비율도 45%였다.
한은 노조에 따르면 이 총재는 취임하면서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한은을 우리 경제를 잘 아는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며 직원들의 처우도 이에 걸맞은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은 노동자들은 급여수준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바라본 셈이다.
한은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급여 수준은 금융공기업·시중은행 평균 수준이 34%로 가장 많았고 금융공기업 평균(32%)과 시중은행 평균(19%), 금융기관 전체평균(15%)이 뒤를 이었다.
한은 노조는 이를 급여수준 결정 권한이 한은이 아닌 기획재정부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바라보고 한국은행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유희준 한은 노조 위원장은 “다른 어미를 향해 먹이를 바라는 아기새처럼 한국은행 직원이 한은 경영층이 아닌 기재부에 입을 벌리며 구걸하도록 내버려주지 마시라”며 “한국은행들은 더 이상 ‘빛 좋은 개살구’가 싫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한국은행 노동조합원 1002명을 대상으로 3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