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즈니 인수설 끊이지 않아, 삼성전자와 경쟁에 ‘강력한 무기’ 평가

▲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해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세우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잠재적으로 막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이런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애플과 관련된 언급을 내놓으며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8일 “밥 아이거가 애플의 디즈니 인수와 관련한 루머를 잠재우려 했다면 스스로 애플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최근 타임(TIME)과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오는 디즈니 매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의미다.

밥 아이거는 자신이 디즈니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한 현재 상황을 스티브 잡스의 과거에 비유했다. 스티브 잡스도 애플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돌아왔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 CEO에서 물러난 뒤 2022년 말 복귀한 밥 아이거는 디즈니의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며 미래 성장에 효율성을 높이는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밥 아이거는 타임을 통해 “스티브 잡스의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며 “경영 복귀를 요청받았다면 망설임 없는 과감한 태도와 열정으로 맡겨진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디즈니 경영을 맡아 사업구조 변화를 주도하게 된 것은 다른 기업에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즈니와 같은 거대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할 여력을 갖춘 유일무이한 업체로 애플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증권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투자은행 니덤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애플이 디즈니와 합병한다면 기업가치를 지금보다 15~25% 높일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20억 대에 이르는 애플의 모바일 기기로 디즈니의 콘텐츠를 판매할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면 두 회사 모두 강력한 시너지를 내며 성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디즈니가 관련 사업을 축소하기 시작한 점, 애플이 자체 제작한 콘텐츠의 극장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한다고 가정한다면 사업 방향성과 시점이 모두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밥 아이거 CEO는 지난해 디즈니 경영에 복귀한 직후 LA타임스를 통해 “(애플의 디즈니 인수설은) 근거 없는 관측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애플 디즈니 인수설 끊이지 않아, 삼성전자와 경쟁에 ‘강력한 무기’ 평가

▲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애플에 디즈니를 매각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밥 아이거가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없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천은 “디즈니의 수익성 부진 등 여러 상황이 증권사에서 애플의 인수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디즈니의 시가총액에 인수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 가격은 2천억 달러(약 264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플의 현재 시가총액이 2조6천억 달러(약 3431조 원)에 이르는 만큼 디즈니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포천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애플이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디즈니 인수설에 불을 지피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디즈니는 자체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포천은 애플의 연간 콘텐츠 투자 금액이 70억 달러 안팎으로 300억 달러를 들이는 디즈니와 같은 기업에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디즈니와 같이 인기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기업을 인수한다면 소비자가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구매하는 대신 애플 제품을 살 이유가 한 가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애플이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시장에 이르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우수한 콘텐츠 기반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증강현실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성공에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 확보가 필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퀄컴 및 구글과 협력해 증강현실 사업 진출 계획을 공식화하며 애플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

포천은 “애플의 디즈니 인수 가능성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설득력 있고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증권가에서 이런 루머는 이른 시일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애플 디즈니 인수설 끊이지 않아, 삼성전자와 경쟁에 ‘강력한 무기’ 평가

▲ 디즈니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