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가 장기적 가치투자를 하는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실체스터)의 3대주주 진입으로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사업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확대와 같은 주주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점은 우려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가 LG의 높은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해 3대주주로 올라섰는데 LG의 속내는 복잡하게 됐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실체스터가 LG 주식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보유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LG의 비영업용 자산 처분이나 자사주 소각, 배당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제안을 공격적으로 할 가능성이 나온다.
실체스터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LG 주식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밝혔다. 지분 보유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나뉜다.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는 모두 투자한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주겠단 의사가 없다는 뜻이긴 하지만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달리 공격적인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체스터는 현재 영국 수퍼마켓체인인 모리슨,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 하이산개발, 일본 지역은행 이와테 은행, 요코하마 은행 등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투자 중인 일본 지방은행에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에 나서며 공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실체스터가 앞으로 LG에 공격적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LG로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LG는 지난해 5월 배당정책 개선안 및 자사주 취득 등과 관련해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LG는 배당정책 개선안으로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 별도기준 순이익의 50%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기존 정책에서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라는 제한을 없애 상표권 수익과 임대수익 등에 대해 배당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 때문에 실체스터가 배당확대에 대한 주주제안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다만 LG가 지주회사가 된 뒤 해외 투자회사가 주요 주주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경영 전반에 걸친 공격적 주주제안이 제기될 경우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거시적 투자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는 충분하다.
실체스터는 최근 국내 기업에 투자를 늘려가면서 경영과 관련된 주주제안을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는 KT의 지분을 5.2% 보유하면서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실체스터는 최근 KT 보유지분을 5.01%에서 5.2%로 늘리면서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롯데제과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 경영권 분쟁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르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실체스터는 모건스탠리 유럽지사에서 펀드매니저를 했던 스테판 버트가 1994년 설립한 투자회사로 가치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저가 우량주를 찾아 장기투자를 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 성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실체스터가 LG에 투자한 것이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수직계열화해 빠르게 도약하고 있는 LG그룹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구 회장이 가진 LG그룹의 경영권 지분가치는 현재는 2조4천억 원으로 극심하게 저평가 돼 있지만 인수합병시장에 나온다면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LG그룹이 상속지분 문제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실체스터가 지분을 늘렸지만 경영진 퇴진 압박과 같이 경영에 직접 개입할 목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LG 관계자는 “가치투자에 중점을 둔 투자회사인 실체스터가 LG에 투자했다는 것은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잘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