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모리반도체산업의 업황 변동성이 증가한 것이 소수 고객에 반도체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재무정책이 기업 신용도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신평 “메모리업체 수요처 집중화로 실적 변동성 증가, 재무 중요해져”

▲ 한국신용평가는 13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전례없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3일 ‘예상보다 깊은 메모리 업황 침체, 극복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22년 4분기처럼 메모리반도체 주요 3사 합산으로 수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사이클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전례 없는 수요 부진은 과거 대비 특정 섹터 및 특정 수요처에 대한 집중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는 여러 사이클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2022년 4분기처럼 메모리반도체 주요 3사 합산으로 수 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전례는 없다.

이와 같은 대규모 실적 부진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과거 대비 반도체 수요처 집중도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는 현재 애플, 델, IBM과 같은 IT제품 제조업체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등 글로벌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업체, 그리고 서버 ODM(제조업자개발생산)업체와 휴대용 저장장치 생산 업체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상위 10개 거래처 매출 비중은 2016년 50% 내외에서 2022년 70% 내외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상위 수요처에 대한 의존도 상승은 4차산업 성장으로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D램은 서버 매출 비중이 2019년 27%에서 2022년 34%로 증가하였으며 낸드플래시는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되는 기업용 제품 비중이 2019년 20%에서 2022년 29%로 증가했다.

하이퍼 스케일러 고객은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수요·공급의 기본법칙인 가격탄력성에 기반한 구매패턴이 다른 기기 대비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업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버의 교체주기가 다른 기기보다 긴 점도 가격탄력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한신평 “메모리업체 수요처 집중화로 실적 변동성 증가, 재무 중요해져”

▲ 한국신용평가는 반도체 수요처가 과거보다 소수 업체에 집중되면서 업황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반도체업황 변동폭을 키우는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메모리기업들은 2021년과 2022년 빠르게 확대된 수요에 대응해 설비증설 중심으로 공급능력을 확대했다.

직전 다운사이클이었던 2018년과 2019년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증가는 첨단공정 전환 효과가 상당 수준을 차지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설비증설 중심의 공급능력 확대는 자본집약적이고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산업특성상 큰 폭의 고정비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 높아진 고정비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요가 성숙되기 전까지는 단기 수요 변화에 따라 업계 수익성의 변동폭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연구개발비, 유지보수비 등 준고정적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수익성 변동폭을 추가로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미세화 난도 상승에 따른 기술적 한계라는 구조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서 향후 대규모 영업손실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구조적인 성장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막대한 자본투자와 축적된 연구개발(R&D)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메모리3사 과점구도는 향후에도 공고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업안정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대규모 자본투자가 역설적으로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 확대로 연결되고 있으며 과거 대비 반도체업황 악화 시기의 단기 실적 부진은 과거 대비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신용도 판단을 할 때 다운사이클에서의 단기 실적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재무정책 보유 여부를 비중있게 바라볼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