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엔비디아 새 GPU 수주 전망, 삼성전자와 '3나노 경쟁' 승기 잡나

▲ 엔비디아가 차기 그래픽카드용 고성능 GPU에 TSMC의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RTX4080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3나노 최신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애플과 인텔에 이어 엔비디아의 주력 반도체 상품을 수주하며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독주체제를 강화하는 흐름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10일 IT전문지 WCCF테크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공개를 앞둔 데이터서버 및 그래픽카드용 GPU에 새로운 ‘블랙웰’ 아키텍쳐(반도체 설계)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랙웰 GPU는 엔비디아가 출시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서버용 반도체에 먼저 적용된 뒤 게임용 PC 등에 쓰이는 차세대 그래픽카드 ‘RTX50’ 시리즈에 사용된다.

WCCF테크는 엔비디아가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해 신형 GPU를 생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3나노는 TSMC가 지난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한 최신 반도체 미세공정이다.

엔비디아의 기존 GPU에 활용되던 5나노 미세공정과 비교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그래픽카드의 핵심 경쟁력인 전성비(소모전력 대비 성능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3나노 공정 생산라인은 올해까지 애플의 아이폰 등 주력 제품에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 ‘A17 바이오닉’ 생산에 사실상 모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3나노 공정이 아직 초기 단계라 TSMC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에 당분간 한계가 있고 생산 단가도 웨이퍼(반도체 원판) 1장 기준으로 5나노 미세공정 대비 약 25%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과 같이 TSMC와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높은 가격에도 대량의 주문 물량을 보장하는 고객사가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유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도 향후 출시하는 자체 브랜드 GPU를 직접 생산하는 대신 TSMC의 3나노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TSMC가 WCCF의 보도 내용대로 차세대 GPU 위탁생산을 맡게 된다면 미국 상위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들의 신형 반도체 생산을 3나노 미세공정으로 모두 수주하게 되는 셈이다.

WCCF테크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TSMC의 3나노 공정 도입을 앞두고 직접 대만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과 반도체 공급을 논의할 정도로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서버와 고사양 PC 분야에서 고성능 GPU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TSMC의 3나노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GPU 주력상품을 출시할 때 주로 TSMC의 최신 미세공정을 활용해 왔다. 일부 제품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한 적도 있지만 주로 TSMC가 우선순위에 올랐다.
TSMC 엔비디아 새 GPU 수주 전망, 삼성전자와 '3나노 경쟁' 승기 잡나

▲ 대만 TSMC의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TSMC가 이처럼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으로 미국 상위 고객사들의 반도체 생산을 대거 수주하며 빠르게 입지를 키워나가는 것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약 6개월 먼저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수주하며 위탁생산 수요 선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첨단 파운드리 업계의 판도가 다시금 TSMC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 반도체 설계기업의 주문을 선점하는 일은 미세공정 파운드리 분야에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다른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고 추가 수주 기회를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3나노 공정에서도 TSMC가 빠르게 핵심 고객사의 주문 물량 확보에 앞서 나가면서 유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다시금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가 단가나 수율, 공급 능력 등 측면에서 TSMC의 잠재 고객사를 빼앗아올 만한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 한다면 막대한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벌인 3나노 파운드리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영업기밀과 고객사 보호 등 측면을 고려해 특정 고객사의 반도체 수주 여부를 정식으로 밝히지 않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엔비디아와 AMD 등 일부 고객사는 시장 경쟁에서 소비자들에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TSMC의 파운드리 활용 여부가 외부에 알려지도록 하는 경우를 종종 찾을 수 있다.

WCCF테크와 같은 외국언론에서 TSMC의 파운드리 신규 수주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는 점도 이러한 맥락과 비슷한 선상에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TSMC와 같이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면 3나노 미세공정 경쟁에서 계속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TSMC의 3나노 생산 물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도 주요 고객사들이 TSMC 파운드리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그만큼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WCCF테크는 “엔비디아의 신형 GPU 출시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이런 내용이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루머가 여러 차례 전해졌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