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은행에 한 달만 돈을 넣어도 높은 이자를 적용해 주는 ‘초단기 적금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금리가 높아도 가입 기간이 짧고 가입 한도도 낮아 이자 혜택을 체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자 1300원 받자고 적금을? 은행권 초단기적금 외면받는 이유 있다

▲ 은행들이 ‘1개월 만기’ 적금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정기적금의 최단 만기 제한이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완화되면서 은행들이 ‘1개월 만기’ 적금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만기가 짧은 상품을 출시하면 대기성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고 예금 금리도 3%대로 떨어지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3월 말 619조 원으로 2월 말과 비교해 약 10조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예금과 적금 잔액이 각각 10조 원, 2300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요구불예금은 이자는 거의 없지만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은행들이 초단기 적금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모바일앱에서 계좌를 트고 상품에 가입해도 정작 손에 들어오는 이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이날 출시한 ‘하나 타이밍 적금’은 연 최고금리가 3.95%이고 납입한도는 최대 65만 원이다. 1개월 동안 넣어두면 이자가 1800원 정도다. 이것도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얘기다.

하나 타이밍 적금은 기본금리가 2.95%이고 우대금리가 1.00%인데 우대금리를 채우려면 40번은 하나은행 모바일앱에 접속해 ‘터치’ 미션을 해야 하고(0.8%포인트), 하나은행 입출금통장에서 1회 이상 자동이체로 납부해야 하며(0.1%포인트) 추천번호(0.1%포인트)를 넣어야 한다.  

KB국민은행이 12일부터 판매 예정인 ‘KB 특별한 적금’은 금리가 최고 연 6%에 이르지만 가입한도가 월 30만 원으로 낮아 1개월 넣어두면 이자가 1300원 정도로 하나은행이 판매하는 상품보다 손에 쥐는 금액이 적다.

IBK기업은행은 ‘IBK D-day’ 적금 상품을 개편해 출시했다. 기존 최소 만기는 6개월이었는데 1개월로 줄었다. 연 최고금리는 5.35%로 높지만 월 납입한도가 20만 원으로 크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초단기 적금을 내놨지만 사정은 시중은행과 다르지 않다. 케이뱅크가 출시한 ‘코드K 자유적금’은 최고금리가 연 6%에 이르지만 역시 월 납입한도가 20만 원에 불과하다.

적금 가입을 알아봤던 소비자는 “상품 설명을 보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며 “짠테크도 아니고 목돈 모으기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초단기 적금 상품들이 소액으로 단기 납입을 선호하는 MZ세대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은행이 판매하는 ‘하나 타이밍 적금’만 해도 모바일앱에 접속한 뒤 이벤트 방식으로 화면을 터치한 만큼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는 점이 MZ세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예금금리도 많이 떨어지고 저축은행 파킹통장도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 좋은 선택지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