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IT용 올레드 정면승부, 최주선 '초격차' 전략에 정호영 추격 준비

▲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모두 IT용 올레드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사진은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IT용 올레드(OLED)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랫동안 TV용 대형 올레드에 집중하던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전략을 수정해 IT용 올레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정면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잠재시장이 큰 IT용 올레드에 미래를 걸고 있는 것인데 가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큰 차이가 있어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소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7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IT 제품에 올레드 패널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IT용 올레드에서 향후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태블릿과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8.6세대 올레드(OLED)에 2026년까지 4조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스마트폰 올레드 시장 1위에 이어 IT용 올레드에서도 압도적인 1등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IT용 올레드는 태블릿PC나 노트북에 탑재되는 패널을 말한다. 다만 크기로 분류하면 스마트폰 올레드와 같이 중소형 올레드에 포함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로 IT용 올레드의 유리 기판을 6세대급(1.5m×1.8m)에서 8.6세대급(2.25m×2.6m)으로 대폭 확대하게 된다. 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원장(마더글라스) 면적이 확대될수록 패널 생산량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1년에 약 450만 매 생산할 수 있었다면 8.6세대 설비로는 연 1천만 매까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주선 사장은 이번 8.6세대 올레드 투자를 놓고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5배의 IT용 올레드가 생산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중소형 올레드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밀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55인치 올레드 TV 패널을 양산하며 최근까지도 대형 올레드에 집중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중소형 올레드 패널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와 같은 전략 차이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희비가 엇갈리는 요인이 됐다.

따라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서는 새롭게 성장하는 IT용 올레드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LG디스플레이도 IT용 올레드 생산량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6세대 IT 올레드 생산라인 확보를 위해 2021년 파주 사업장에 3조3천억 원의 신규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2024년 상반기에는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LG IT용 올레드 정면승부, 최주선 '초격차' 전략에 정호영 추격 준비

▲ 애플은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와 맥북에도 올레드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 제품군.

삼성디스플레와 LG디스플레이가 모두 IT용 올레드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IT 제품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폰에만 올레드를 탑재하던 애플도 2024년부터 아이패드에 올레드를 적용한다. 아이패드는 그동안 LCD(액정표시장치)가 탑재됐는데 제품 고급화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색 재현이 뛰어나고 저전력인 올레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2026년에는 맥북에도 올레드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삼성전자, LG전자, 에이수스 등 다른  IT업체들도 노트북 등 제품에 올레드 채용률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올레드에서 IT용 올레드 비중은 2022년 3.9%로 불과했지만 2027년에는 23.6%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노트북용 LCD 패널 출하량이 25.8% 감소한 반면 올레드 패널 출하량은 38.8% 늘어나며 변화가 시작됐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서는 모바일용 올레드 진출에 늦었던 실패를 IT용 올레드에서 되풀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실적 부진에 따른 자금압박 속에서도 원가 측면에서 유리한 8세대 올레드 라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8월1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의 'K-디스플레이' 행사에서 “대형 올레드 혹은 IT 패널은 모두 호환성이 있다”며 IT용 올레드 신규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재무구조 등 자금력 차이가 큰 만큼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를 기반으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둬 최근 모기업인 삼성전자에게 20조원을 빌려줄 만큼 현금이 풍부하다. 반면 최근 연속해서 분기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월 LG전자로부터 1조 원을 차입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침투율을 고려하면 향후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신규 라인 증설은 스마트폰이 아닌 IT 올레드에 집중될 것”이라며 “애플의 IT 기기 내 올레드 채용은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