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성과연봉제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노사갈등이 격화돼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21일 컨설팅회사 머서코리아에 은행 14곳과 공동으로 의뢰했던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통해 은행의 모든 임직원에게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적용하고 개인성과에 따라 연봉의 최고-최저 차등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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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전국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 |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 부부점장 이상인 관리자는 연봉의 차등폭을 30%, 일반직원은 20% 이상 두고 향후 4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기본급 인상률도 관리자급은 3%포인트, 일반직원은 1%포인트 이상 차이를 두도록 했다.
성과급은 전체연봉에서 관리자 30% 이상, 책임자급 20% 수준까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개인 성과평가에 따른 성과급 차등폭도 최소 2배 이상으로 설정된다.
민간은행 CEO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개별 은행의 경영전략과 인사정책을 감안해 구체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그 뒤 올해 안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하고 2017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7월 정기조회에서 “성과연봉제는 저성장시대에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며 “KB금융의 성과주의 운영에 팀 성과뿐 아니라 개인의 성과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최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NH농협은행 등에서 성과에 따른 엄격한 신상필벌을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노조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가이드라인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근용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은 2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 제시는 금융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관치금융”이라며 “성과연봉제는 무한경쟁을 강요하고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해고연봉제’와 같다”고 주장했다.
서성학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도 “회사 측을 대표하는 전국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집단적인 노사관계를 무시하고 은행권에 대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은행이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려면 금융노조와 금융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서 합의해야 하는데 이런 합의에 도달이 만만치 않다.
일부 은행은 금융공공기관처럼 금융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노조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노조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개별 은행들이 노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일방적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9월23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민간은행 노조로 구성된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와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도 6월에 낸 공동성명서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불법적인 개별동의 요구, 이사회 의결, 일방적인 찬반투표를 강행한다면 노조와 전쟁을 치르겠다는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