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3-29 15: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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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가 상장 1년 반 만의 첫 자사주 매입으로 성난 주주들을 달랜다.
김 대표는 신작의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3년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하며 배수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상장 1년 반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첫 날 크래프톤 주가는 오히려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29일 크래프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날부터 3개월 동안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
크래프톤은 미래에셋증권과 계약을 맺고 6월28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1679억400만 원의 자사주를 취득한 뒤 모두 소각한다. 크래프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2021년 8월 상장 이후 처음이다.
크래프톤은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을 거듭해 공모가의 40% 이하, 최고점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그동안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의 소각, 현금배당 등을 시행한 적이 없어 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계획에 대한 질문에 “주가를 올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 단기적 호재 발표로 주가를 변동시킬 수는 있지만 회사가 계획하는 것은 실적으로 증명하고 시장에서 믿음을 얻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크래프톤의 입장이 변한 것은 올해 초다.
크래프톤은 2월7일 ‘2023~2025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고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계획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매입하는 자사주는 모두 소각하고 2024년과 2025년에 사들이는 자사주는 최소 60%를 소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크래프톤 경영진이 잇따른 신작의 실패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신작 공백 등 주가 상승 요인의 부재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2017년 출시한 ‘PUBG:배틀그라운드(배그)’로 단번에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고 2021년 8월 상장 당시 49만8천 원이라는 공모가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는 의견과 함께 배그 외 다른 게임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며 ‘원게임 리스크’가 부각됐다.
크래프톤이 2021년 11월에 배그 후속작으로 내놓은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뉴스테이트 모바일(뉴스테이트)'은 글로벌 사전등록만 5천만 명을 모으며 국내 게임 역사를 새로 썼지만 막상 출시되자 차가운 반응이 이어지며 결국 흥행에는 실패했다.
뉴스테이트 출시 기대감으로 58만 원까지 올라갔던 크래프톤 주가는 신작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하락세를 보이며 두 달 만인 2022년 1월 반토막이 났고 그 뒤로 추가 하락만 겪을 뿐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2월 8447억 원을 들여 인수한 언노원월즈가 지난해 9월 얼리억세스(미리해보기)로 서비스를 시작한 턴제 전략 테이블탑 시뮬레이션 게임 '문브레이커' 역시 출시 당일 동시접속자 수 882명을 기록한 뒤 지속해서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게임 가운데 하나인 호러 서바이벌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조차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PC 버전에서 최적화 문제가 불거지고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며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플레이어 수와 매출 기준 모두 순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김 대표 역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부진을 인정하며 새로운 신작 개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작년 출시한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에 대해 통감한다”며 “향후 재신임 임기인 3년 안에 여전히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그 전이라도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이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진행되는 자사주 매입을 3개월 안에 마치려는 것은 올해 말까지 새로운 게임 출시가 없는 만큼 주가 상승을 위해 보다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블랙버짓’, ‘프로젝트 골드러시’ 등 4종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지만 내년은 돼야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가총액 1.9%정도 규모의 자사주 매입보다는 게임 개발사 인수나 새로운 신작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단기적 효과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아 신규 지식재산(IP) 게임 확보가 크래프톤의 가치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이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이날 크래프톤 주가는 전날보다 5200원 하락한 17만4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