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수소경제의 꽃이라 하면 단연 연료전지를 꼽을 수 있다. 수소 밸류체인에서 연료전지는 활용 부문을 담당하는 필수 요소다.

이른바 ‘퓨얼셀’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기업들뿐 아니라 국내 수소경제의 맏형 격인 현대차의 수소사업도 핵심은 수소연료전지라 할 수 있다. 

수소경제가 개화하면 연료전지 쪽에 큰 기회가 생길 거라는 점은 너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소재, 부품은 어떤 것들이 있고 경쟁력 있는 소재, 부품 업체는 어떤 곳들일까? 

연료전지도 전기차 2차전지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전기화학적 에너지 전환 장치, 즉 전지, ‘셀’이다. 산화, 환원 반응을 이용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혹은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라는 뜻이다. 

따라서 기본 원리나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기본적으로 양극-전해질-음극 구조다. 이는 1차전지나 2차전지, 연료전지 모두 같다. 

수 연료전지의 구동원리를 간단히 살펴보려 한다. 음극으로 수소기체를 주입하면 수소 분자가 산화돼 전자를 잃게 되고 수소 이온이 된다. 

이때 전해질은 수소 이온만을 투과하고 전자와 가스는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수소 이온은 전해질로 흘러들어가 양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전자들은 전해질을 통과하지 못하고 바깥의 전선을 따라 이동한다. 이 때 전압이 생기고 전류가 흐릅니다. 여기서 전기 에너지가 발생한다. 

수소연료전지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가장 핵심은 역시 셀입이다. 바로 이 셀이 기본적으로 양극-전해질-음극 구조다. 

이온을 전달하고 산소와 수소를 분리해 접촉을 막는 전해질막, 수소의 산화반응, 산소의 환원반응을 촉진하는 촉매층, 수소와 산소를 촉매층에 전달하고 물을 제거하는 가스확산층 등이 들어간다. 

그리고 전해질막, 촉매층, 가스확산층으로 이뤄진 핵심 부품이 막전극접합체입니다. 

가스가 새지 않도록 막전극접합체 주변을 감싸는 가스켓도 있다. 이렇게 구성된 각 셀을 적층해 만든 연료전지의 본체가 스택인데 각 셀울 적층할 때 셀 사이 격리를 하는 역할을 하는 분리판이 필요하다. 또 연료전지에서 만들어낸 전류를 흘려주는 집전판이 있다. 

연료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전해질이 이온을 얼마나 잘 흘리는지 여부다. 그래서 전해질막이 매우 중요한 핵심 소재다. 

그래서 상아프론테크, 비나텍,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의 소재·부품 사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상아프론테크는 전해질막에 쓰이는 ePTFE 제조 특허를 지닌 곳이다. 상아프론테크가 상업화에 성공한 ePTFE는 고분자전해질막 가운데서도 기술적 난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ePTFE는에서 e는 expanded. 즉 PTFE를 당기고 펴서 만든 얇은 막이란 뜻이다. ePTFE는 1cm2당 수억 개의 나노 사이즈 기공이 있는 다공성 필름으로 1nm 이하의 증기입자는 배출하고 물입자의 침투는 막아낸다. 

원래 이 소재는 미국 회사 ‘고어’가 독점하던 거였다. 고어는 고어택스를 발명한 빌 고어가 창립한 회사고 실제 고어텍스에도 ePRFE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상아프론테크가 고어의 독점체제를 깨고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지금은 현대차 수소차에 ePTFE 전해질막을 공급하고 있다. 

기술적 난도가 높고 글로벌 경쟁이 제한돼있는 소재라 수소경제를 구동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가 확대됐을 때 가장 수혜가 확실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수소차의 연료전지뿐 아니라 빌딩, 가정, 발전소용 연료전지로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수소사회로 전환에서 꼭 필요한 핵심 기업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막전극접합체를 만드는 비나텍과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막전극접합체는 전해질막에 음극과 양극을 부착하고 여기에 촉매층, 가스확산층을 더한 일체형 부품으로 연료전지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이다. 

비나텍는 지지체와 촉매, 막전극접합체를 종합적으로 개발해 생산할 수 있는 세계에서 얼마 안 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려면 지지체, 촉매, 막전극접합체의 유기적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촉매를 지지하는 지지체는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과 내구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비나텍의 핵심 경쟁력은 탄소 소재에 있다. 

비나텍은 2002년부터 꾸준한 연구개발로 탄소의 입자 크기를 완벽히 조절, 제어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 성과가 수소 연료전지 소재·부품에서도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비나텍은 수소 연료전지보다는 슈퍼커패시터 사업이 더 주력이지만 앞으로 수소연료전지 쪽 비중은 점점 커질 수 있다. 

비나텍은 2018년 에스퓨얼셀에 막전극접합체 납품을 시작했고 2021년, 2022년에도 추가 공급이 이어졌다. 향후 다른 고정형 연료전지 쪽과 수소차용 연료전지로도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 볼만 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막전극접합체 생산기반을 갖춘 곳이다.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기반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코오롱그룹 사업장에 건설할 계획을 세웠는데 여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분자전해질막, 막전극접합체 기술이 적용된다고 한다.

수소연료전지와 관련해 실적 가시성이 높은 분야는 연료전지의 주변기계인 수분제어장치다. 습도는 연료전지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분제어장치는 점유율은 글로벌 1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에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상아프론테크, 비나텍,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에서 수소연료전지 비중은 아직 높은 편은 아니다. 원래 주력 품목이 수소연료전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수소시대가 왔을 때 이들의 수혜 강도가 크지 않을 거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산업 소재·부품 여러 분야에서 기술의 기본기를 갖춘 핵심 소재·부품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수소시대가 다가올수록 수소 연료전지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고 핵심 소재와 부품의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소경제의 핵심인 연료전지, 그리고 연료전지에서 핵심이 되는 소재·부품에 계속해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