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백 사장은 리더십을 공고히 하며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지만 내년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KT&G 행동주의 펀드에 완승, 백복인 연임은 여전히 불투명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이 행동주의를 내세우는 사모펀드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백 사장의 내년도 연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에 빠져 있다. 최근 민영화 된 공기업에 대한 관치 논란이 이는 가운데 KT&G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KT&G 이사회 측은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행동주의를 내세우는 사모펀드 측에 완승을 거두었다.

KT&G의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확대 △사외이사 정원 확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비롯한 사모펀드 측 인사의 사외선임 △평가보상위원회 신설 등 사모펀드 측 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이번 표결 결과로서 ‘KT&G 최장수 대표이사’인 백 사장의 공고한 입지가 다시 확인됐다. 

그동안 사모펀드들은 ‘주인없는 회사’ KT&G의 경영진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는데 다른 주주들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행동주의를 내세우는 사모펀드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백 사장은 올해 KT&G의 사업 추진의 동력을 얻게 됐다.

KT&G는 올해 2월 글로벌 담배기업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궐련형전자담배의 해외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약 8700억 원 규모의 궐련형전자담배 매출을 2027년까지 2조800억 원까지 성장시켜려고 한다.

이 밖에도 백 사장은 중장기 과제로 건강기능식품 사업, 궐련 사업등 핵심성장사업을 키워 지난해 약 5조9천억 원이던 매출을 2027년까지 10조2천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올해 1월 내놓았다.  

다만 백 사장이 이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임에 성공해야만 한다.  

백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약 1년 정도 남아있는데 일부에서는 백 사장을 향한 정치권의 외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KT에서 대표이사 후보 선임과 사퇴 등으로 이어진 해프닝이 내년에 KT&G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한 데 이어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새 대표후보로 지명됐으나 정치권의 노골적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윤 후보마저 사퇴했다. 이로써 KT는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이 된 초유의 상태에 놓여있다. 

KT, 포스코그룹 등의 민영화된 공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에 따른 수장 교체가 반복됐다. KT&G도 상대적으로 주목도는 낮지만 민영화된 공기업이란 점에서 정치권의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과거 백 사장의 2018년 첫 번째 임기 당시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중립을,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은 반대표를 각각 던지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중소기업은행은 여전히 KT&G의 대주주이다. 지난해 말 기준 KT&G 지분율을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로 지분 7.08%를, 중소기업은행이 3대주주로 지분 6.93%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2021년 백 사장의 3연임 당시에는 큰 반대 없이 넘어갔다.

백 사장이 내년에 연임에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낙하산 인사'나 '정치권 외압'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수장 교체의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8년 동안 KT&G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KT&G의 최초 공채출신 대표이사’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백 사장은 1993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30년가량 한 회사에서만 일한 'KT&G맨'이다. 외부 출신 인사가 대표이사에 오르던 관행을 끊고 2015년 10월 KT&G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