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의 신약개발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 

스웨덴 제약사 비베스토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아필리아’의 판권을 다른 기업에 넘기고 주력 신약 ‘리보세라닙’ 상용화에 집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HLB 항암제 ‘아필리아’ 판권 이전 검토, ‘리보세라닙’ 상용화에 집중

▲ HLB가 난소암 치료제 '아필리아' 판권을 이전하고 '리보세라닙' 상용화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7일 비베스토에 따르면 HLB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아필리아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노력을 중단하고 판권을 제3자에게 이전할 계획이라고 최근 비베스토에 통보했다. 2020년 3월 비베스토로부터 아필리아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 뒤 약 3년 만이다.

에릭 킨만 비베스토 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가 아필리아 프로젝트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며 “엘레바테라퓨틱스와 함께 모든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겠다”고 말했다.

HLB가 아필리아 판권 이전을 검토하게 된 데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느린 상업화 속도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베스토는 아필리아의 유럽 출시 및 판매가 더디며 아필리아 공급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필리아는 비베스토가 세포독성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개량해 만든 약물이다. 기존보다 환자 편의성이 개선된 반면 부작용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 유럽에서 난소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북유럽과 동유럽 일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해 아필리아 판권을 가져온 뒤 유럽 파트너사 인셉투아를 통해 현지 판매를 추진했다. 당초 2020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지난해 처음으로 독일 출시가 이뤄지는 데 그쳤다. 기대했던 영국 진출은 아직 소식이 없고 스위스에서는 허가 신청이 철회되기도 했다.

아필리아의 미국 진출에도 난항을 겪었다.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허가신청(NDA) 전 미팅에서 임상 지표와 관련한 문제로 아필리아 승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HLB는 미국에서 아필리아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난소암 치료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새로운 임상을 계획했다. 문제는 임상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병용요법의 임상1상 및 임상3상에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약 420억 원을 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최근 유상증자로 엘레바테라퓨틱스에 지원된 금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HLB는 성공 가능성이 불분명한 아필리아 미국 진출과 상업화에 투입할 역량을 가장 중요한 과업인 리보세라닙 미국 출시에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HLB는 여러 계열사를 통해 수많은 항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아필리아 판권을 내려놓게 되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신약은 리보세라닙만 남게 된다.

리보세라닙은 현재 중국에서 파트너사 항서제약을 통해 위암 3차 치료제, 간암 2차 치료제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항서제약의 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중국 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HLB는 이런 기세를 몰아 미국에서도 리보세라닙을 선보이기 위한 절차에 한창이다. 엘레바테라퓨틱스와 항서제약을 통해 FDA를 상대로 리보세라닙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관한 신약허가신청을 추진하는 중이다. 올해 5월까지 FDA에 신약허가신청을 낸 뒤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도 순차적으로 허가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리보세라닙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으면 HLB는 대규모 수익원을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적응증 개척에 속도를 낼 수 있다. HLB는 현재 선양낭성암, 대장암 등 여러 암종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인 HLB생명과학을 통해 리보세라닙을 반려견용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HLB 관계자는 “비베스토와는 판권 이전을 포함해 아필리아 개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리보세라닙의 간암 1차 치료제 임상결과 역대 최고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도출되는 등 뚜렷한 약효가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면역항암제와 병용한 적응증 확대에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