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MZ세대는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느냐’(라고 말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MZ세대는 최대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선호한다는 취지로 했던 말이다. 
 
[기자의눈] "19살이 연차 다 쓴다"? 유튜브도 아는 MZ세대 현실 모르는 이정식

▲ 주69시간제가 실시됐을 때 중소기업 상황을 묘사한 유튜브 영상의 한 부분. <유튜브 채널 '너덜트' 갈무리>


이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MZ세대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노동정책 주무 장관의 동떨어진 현실인식에 분노한 것이다.

근로시간 개편안을 향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난 뒤에도 이 장관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다.

근로시간 개편안이 발표되고 보름이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사회초년생들의 휴가 사용횟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19살짜리가 지금 1년 근무도 안 됐는데 연차를 다 쓰고, 거의 100% 쓰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MZ세대 노동자들의 실제 현실 인식은 어떨까. 최근 뜨거운 관심을 얻은 영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24일 오후 유튜브 채널 '너덜트'(NERDULT)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따라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중소기업의 상황을 묘사한 ‘야근, 야근, 야근, 야근, 병원, 기절’이라는 5분29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직원이 2명인 회사에서 “일이 많을 때는 바짝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쉴 수도 있는 아주 탄력적이고도 유연한 주 69시간 근로제를 우리도 실시한다”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로 시작한다. 하지만 실상은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낸다.

영상의 하이라이트는 4주 동안 주 69시간을 근무한 대리가 휴가를 사용하는 부분이다. 사장은 대리가 휴가를 신청하자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며 난색을 표했다.

대리가 일주일 뒤 휴가에서 복귀하자 사장은 새로운 담당자를 구해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연차는 유도리있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한다.

너덜트의 영상은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조회수 165만 회를 기록하고 7300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정확한 현실고증'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했다고 평가받으며 지난해까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좋좋소(좋소좋소 좋소기업)'에도 직원의 휴가사용과 관련된 부분이 나온다. ‘좋좋소’는 처음 ‘이과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했지만 폭발적 인기를 얻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까지 진출한 작품이다.

세 명의 직원이 일하는 중소 무역회사에서 1년차 MZ세대 직원이 휴가를 언제 사용할 수 있냐고 하자 사장은 '주말'과 '명절'에 잘 쉬어두라고 말한다. MZ세대 직원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소리가 작아진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계속 생산되는 것은 이 장관의 인식과 달리 MZ세대들은 휴가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현실에 공감한다는 뜻이다. 이 영상들이 단순히 ‘풍자’와 ‘재미’ 때문에 공감을 얻은 게 아니라는 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176명)의 55.1%가 지난해 사용한 연차휴가가 ‘6일 미만’이라고 답했다. 법정 의무 연차휴가 15일(근로기간 2년차 이상)을 모두 썼다는 답은 9.7%에 불과했다.

이 장관을 비롯해 정부여당은 근로시간 개편안에 관한 MZ세대의 의견을 듣겠다며 자주 만나겠다고 한다. 하지만 MZ세대가 근로시간 개편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두고 뚜렷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만나기만 해서 정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아직도 이 장관이 MZ세대의 연차 사용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유튜브의 영상을 보고 현실인식부터 바로 하는 게 어떨까. 기사에 언급된 영상을 보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하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