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T가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위기에 놓였다.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사퇴하면서 KT는 당분간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인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사퇴하면서 CEO 공백기에 KT를 이끌 대표 대행으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
KT가 3월31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는데 윤 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주총 의안에서 윤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이사 선임의 건이 제외되면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경영안정화TF장 2명의 사내이사 후보 선임안도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이에 따라 KT는 4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아무도 없는 최악의 경영공백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현 대표이사인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3월31일까지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를 선출하기 전에 대표이사 직무대리에 관한 논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KT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모두 없기 때문에 정관에 명시된 직제 순서에 따라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을 공산이 크다. 박 사장은 30여 년을 KT에서 일해 온 '정통 KT맨’이다.
구현모 대표 체제였던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하지만 2022년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박 사장은 KT 새노조와 민주노총 등을 포함한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쪼개기후원’에 따른 벌금형 선고 이력을 놓고 사내이사 적격성을 비판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KT 지분 12.6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도 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구현모 대표가 임기 종료 뒤에도 당분간 대표직을 수행할 수도 있다. 다만 구 대표가 정치적 압박에 못 이겨 연임을 포기한 만큼 임기가 만료된 뒤에 KT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KT 이사회가 새 대표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2~3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윤경림 사장을 후보로 선출했던 것처럼 사내·외에서 공개경쟁 방식으로 후보자를 물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KT 제1노조는 비상대책기구를 운영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KT 제1노조는 23일 “130여 년 KT 역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고 우려했던 경영공백이 현실화됐다”며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