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자동차노조(UAW) 새 위원장에 숀 페인이 선출되며 자동차 및 관련업체에 공격적 태도 변화를 예고했다. 숀 페인의 선거 캠페인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에 숀 페인 위원장이 새로 올랐다. 조합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 첫 위원장이다.
숀 페인은 당선이 확정된 뒤 미국 내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더 강력한 대응을 약속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27일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와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들 사이 노사협상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위원장에 새로 선출된 숀 페인이 “기업과 노조 사이에 이어지고 있던 원만한 관계는 이제 역사 속의 쓰레기통에 던져질 것”이라고 말하며 강력한 태도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포드와 GM, 스텔란티스를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 요구를 내놓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며 노사협상 전략이 앞으로 크게 바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미 미국에서 상당한 강성 노조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 조합원들의 임금 상승과 복지 증진 등을 훨씬 공격적으로 요구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여파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를 포함한 한국 배터리 3사로 퍼질 수밖에 없다. 해당 기업들이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와 미국 내 합작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오하이오주 합작공장은 이미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뒤 전미자동차노조가 근로자 투표를 통해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하며 정식 노조로 들어서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근로자 평균 임금을 2배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등 요구를 앞세우며 올해 초부터 사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 성공적으로 노사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는지가 앞으로 미국에 신설되는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임금 등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기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할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추가 합작공장, SK온과 포드의 배터리공장,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및 GM의 공장도 주요 대상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숀 페인의 리더십 아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공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 한국 배터리 3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
숀 페인은 전미자동차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 첫 위원장이다. 기존에 위원장을 맡던 레이 커리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며 위원장에 올랐다.
그러나 오토모티브뉴스는 두 후보가 득표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만큼 숀 페인이 리더십을 증명하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큰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바라봤다.
결국 숀 페인이 조합원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정식 노조 설립과 공격적 임금 인상 요구에 더욱 힘을 싣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가 자동차 산업에서 기존의 노사관계를 완전히 폐기할 것이라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점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오토모티브뉴스는 노사협상에 경험이 부족한 숀 페인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번 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이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교체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기존에 전미자동차노조 이사회가 관료주의에 빠져 기업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다.
숀 페인은 이러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사 협상에 더욱 집중하며 지지를 얻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현지시각으로 26일 위원장 당선이 확정된 뒤 소감을 통해 “오늘부터 ‘싸우는 노조’가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기업들에게 확실하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직급별도 임금에 차별을 받는 구조나 공장 가동 폐쇄로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블로그는 “숀 페인의 당선은 대형 자동차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노조 태도 변화를 예고했다”며 “전문가들은 파업 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사태가 잦아진다면 한국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합작공장에 생산 차질 등 문제가 불거질 공산도 크다.
숀 페인은 전미자동차노조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최근 10년 동안 국제 관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따라서 한국 배터리업체와 같은 해외 기업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