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 게임시장 주도권 경쟁, 애플 구글 아성에 넷플릭스 MS도 도전

▲ 'FAANG'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이 게임시장에서 격돌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 플랫폼에서 가지는 독점적 지위를 위협할만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스토어 화면. < Microsoft >

[비즈니스포스트] ‘FAANG’으로 대표되는 메타(페이스북)와 애플, 아마존과 넷플릭스, 구글 등 미국 대형 IT기업이 디지털 게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독점하던 모바일 앱스토어 플랫폼이 전면적으로 개방되면 아마존과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의 도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르면 2024년부터 자체 모바일 앱스토어를 출시하고 디지털 게임 유통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시장법’이란 이름으로 2022년 11월 도입한 규제에 따라 애플과 구글은 이르면 2024년 3월부터 각각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자사 앱스토어 사용을 강제할 수 없게 된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내년부터는 원하는 앱스토어 플랫폼을 선택해 게임 등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사업 총괄은 “마이크로소프트 개발 게임뿐만 아니라 서드파티(다른 회사 제품에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나 주변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 개발사 게임까지 모두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띄우는 것이 목표”라며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포부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윈도우 운영체제와 게임 콘솔 엑스박스를 통해 게임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750억 달러(약 98조 원)에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 등 투자로 다수의 게임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이어 모바일 게임 유통 플랫폼까지 자체적으로 확보하게 되면 중요한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스펜서 총괄은 “앱스토어 개방은 거대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성사로 모바일 게임 역량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클라우드 게이밍이다. 게임을 기기에서 직접 구동하는 대신 화면을 이용자에게 스트리밍 방식으로 보여주며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용 콘솔이나 고성능 PC가 필요한 높은 사양의 게임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시장 성장에 상당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는 2021년 2021년 15억 달러(약 1조9615억 원)인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규모가 연평균 40% 이상 성장을 거듭해 2028년에는 126억 달러(약 16조 480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7년 동안 8배가 넘는 성장이 예고된 셈이다.   

애플은 자체 앱스토어 정책을 앞세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이 아이폰에서 클라우드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애플도 게임을 콘텐츠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만큼 경쟁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규제 도입 이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폰 사용자들에 고사양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도 기존에 주력으로 삼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게임시장에 진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재 55가지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올해만 40종의 신규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료 게임은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개별적으로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기존 넷플릭스 동영상 플랫폼과 완전히 분리된 구조로 사용자 편의성 등이 문제돼 왔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규제 이후에는 넷플릭스가 애플이나 구글의 앱스토어 운영 정책에 구애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유료 게임을 판매하거나 동영상 플랫폼에서 다양한 게임을 제공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등 기기에서 구동되는 저사양 게임을 넘어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용하는 고성능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가 계획대로 게임 플랫폼을 출시한다면 온라인 게임 유통에 애플과 구글이 누리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즈는 애플이 클라우드 게임 구동을 막지 않았다는 반론도 함께 보도했다. 

2024년 3월 애플과 구글에 디지털 시장법을 적용하는 시점 또한 두 기업의 항소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파이낸셜타임즈는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