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부진 속 일본영화 약진, CJ 콘텐트리중앙 롯데컬처웍스 '시름'

▲ 올해 국내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흥행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극장사업과 투자·배급사업을 동시에 하는 CJ그룹, 콘텐트리중앙, 롯데컬처웍스 등 콘텐츠 기업들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을 끊어줄 작품이 나타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CJCGV·CJENM, 콘텐트리중앙, 롯데컬처웍스 등은 각각 극장사업과 영화 투자·배급사업을 동시에 하며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는데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1월1일~3월20일 누적 기준) 국적별 영화 관객 수는 한국 영화가 722만1254명, 일본 영화가 721만8450명을 기록 중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영화 관객 수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이날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영화의 흥행에도 영화 투자·배급사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이들이 배급하는 영화 가운데 같은 그룹사의 계열사가 제작한 작품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최초 입장권 매출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제한 뒤 나머지를 극장과 배급사가 절반씩 나눠가진다. 배급사는 가져간 몫의 10%를 배급수수료로 취하고 나머지의 60%는 투자사에게, 40%는 제작사에게 각각 분배된다.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지난해 영화 '외계+인 1부'부터 시작된 개봉작 흥행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한 영화 '영웅'이 누적 관객 수 326만 명을 달성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밖에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유령'은 누적 관객 수가 66만 명에 그쳤고, 2월 개봉작 '카운트'의 누적 관객 수는 39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기대를 모으는 영화 '하얼빈', '더문', '빙의' 등이 여름 성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CJENM은 '하얼빈'의 배급을, '더문'은 제작과 배급을 함께, '빙의'는 배급을 맡았다.

올해 영화 투자·제작 확대를 선언한 콘텐트리중앙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최초로 1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2'로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올해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이 부진하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교섭'은 관객 149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3월1일 개봉한 '대외비' 역시 누적 관객 수 74만 명에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투자·배급사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있는데 홍정인 콘텐트리중앙 대표이사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겸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투자·배급 영화로 모두 9편을 예고한 바 있는데 남은 투자·배급 예정작 가운데 기대가 되는 것은 '범죄도시3', '드림' 등이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1월 개봉작 '스위치'가 관객 42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 투자·배급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올해 남은 한국 영화 가운데 '노량:죽음의 바다'와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을 끊어낼 작품이 어느 기업에서 탄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은 극장 사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극장 사업자들은 극장가 비수기인 4월에 제작·배급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 영화 개봉작 지원을 결정했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는 4월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드림', '리바운드', '킬링로맨스'를 대상으로 관객 1인당 최대 2천원까지 배급사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는 CJ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단체다.

특히 올해 한국 영화의 부진은 일본 영화의 선전과 비교되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귀멸의 칼날: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등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올해 극장가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한 해에 여러 작품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동시에 흥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기존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원작 만화의 팬을 중심으로 관객이 형성됐기에 관객몰이에 한계가 분명했다.

올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누적 관객 수를 살펴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1월4일 개봉)는 416만 명, '스즈메의 문단속'(3월8일 개봉)은 201만 명, '귀멸의 칼날: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3월2일 개봉)는 50만 명을 기록 중이다.

한국 영화에 스크린 지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스크린 점유율을 살펴보면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가 5.9%로 1위, '아바타:물의 길'이 5.8%로 2위다. 뒤를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 4.2%, '교섭' 3.6%, '대외비' 3.3%, '영웅' 3.1%, '유령' 3.1%, '더 퍼스트 슬램덩크' 3.0% 순이다.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크린 수당 관객 수를 비교하면 이들 사이에 있는 한국 영화 4편이 상당한 지원사격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 영화의 부진이 유독 길어짐에 따라 영화 관객 사이에서는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영화 티켓 가격이 오르면서 관객들의 영화 관람 장벽이 높아졌다는 의견과 부족한 퀄리티의 영화를 내놓는 제작·배급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