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아이폰 액정패널 공급감소를 만회할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의존도가 높은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이 감소세로 접어든데다 애플이 내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적용할 경우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
|
|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올레드 TV패널의 매출과 수익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매출비중이 낮은 만큼 한 부회장은 흑자전환을 늦추면서 생산시설 투자를 더 늘려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둔화로 애플이 아이폰 생산량을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7의 액정패널 수요는 지난해보다 8%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에 LCD패널을 공급하며 연간 전체매출의 35% 정도를 올린다. 아이폰7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어 아이폰 판매감소에 따른 타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유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 일부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내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 공급량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내년에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며 올레드패널을 전면탑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시설을 시장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늘리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성장에 대비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LCD 공급물량을 놓치게 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실적부진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주력사업인 대형 LCD패널의 업황개선으로 수혜를 봐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레드 TV패널의 매출과 수익도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 전일보다 2.78% 오른 2만955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이런 기대가 반영됐다.
하지만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가 신설한 대형 LCD패널 생산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2018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대형 LCD패널 실적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도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수년 안에 실적이 다시 부진 국면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한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올레드 TV패널사업의 흑자전환 시기를 늦추더라도 공격적인 생산시설 투자로 매출비중을 높여 대형 올레드에 선택과 집중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일각에서 나온다.
|
|
|
▲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생산공장. |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레드 TV패널의 시장확대와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만큼 이제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할 때”라며 “향후 올레드 TV패널사업의 갈림길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현재의 8세대 공장보다 대형패널 생산에 유리한 10.5세대 올레드 TV패널 생산시설을 구축해 사업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경우 투자금액은 3~4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LG디스플레이가 이미 파주공장에 10조 원을 투자해 8세대 대형패널 공장과 중소형 올레드패널 증설에 나선 상황에서 이런 추가투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부회장은 향후 LCD와 중소형 올레드패널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대형 올레드를 주력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투자 여부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블룸버그는 “LG디스플레이의 아이폰 올레드패널 공급사 진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어 쉽지 않다”며 “LCD패널에 의존이 높은 지금의 사업구조를 바꿔내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