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공군 파일럿 출신 강구영, KAI 완제기 수출로 톱7 초석 닦는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완제기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전력을 다해 글로벌 톱7 항공우주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초석을 닦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강 사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산업>

[비즈니스포스트]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톱7' 항공우주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강 사장은 완제기를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를 발판으로 삼아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초석을 닦을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50년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7대 항공우주 전문기업으로 '퀀텀점프' 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먼저 완제기 수출에 힘쓰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수출로 이익을 내고 이를 다시 투자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중장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사장은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해 양질의 일거리를 만들어 내고 이를 개발·제조해 팔거리를 만들어 수출한 뒤 그 먹거리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 분야에 2027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1조5천억 원을 투입하고 그 뒤 6~10년간 매출의 5~10%인 3조 원 규모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요 사업 가운데 완제기 수출 사업은 국내 군수사업과 비교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등훈련기 T-50 기준 중량(kg)당 가격이 준중형 세단 자동차의 400배에 이를 정도다. 

강 사장은 올해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주요 수출 대상 국가로 잡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현재 이집트와 경공격기 FA-50 36대 수출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2차 사업으로 이어지면 수출 물량이 100대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전체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는 군사강국으로 이집트 수출이 성사되면 추가적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에미리트(UAE)와 관련해서도 강 사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시장은 미국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강 사장은 내년엔 미국 시장 수출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6월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력 수준을 전략적 관계로 끌어 올리고 T-50계열 항공기 1천 대 이상을 판매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280여 대 규모의 미국 공군 전술훈련기 사업과 220대를 도입하는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사업을 2024~2025년에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에 납품하려는 T-50은 록히드마틴과 함께 1997년부터 2006년까지 2조 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다.

T-50은 고도 4만 피트(약 1만2천m) 상공에서 마하 1.5(초속 360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초음속 전투기를 운용하는 미군 조종사를 양성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T-50은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16을 원형으로 하고 있어 미군에서도 운용비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T-50에 전술데이터링크, 정밀유도폭탄, 보호장비를 추가로 장착하면 경공격기 FA-50으로 운용할 수 있다.

지난해 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폴란드가 FA-50 수입을 결정한 데도 호환성이 높은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강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16일 폴란드 민스크 마조비에츠키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경공격기 FA-50 48대 수출 이행계약을 맺었다.

이는 취임 전인 7월27일 국내 방산기업들과 폴란드 군비청이 맺은 총괄계약(기본계약) 가운데 전투기 수출에 관한 부분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본계약이다. 계약규모는 30억 달러(약 3조9천억 원)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창사 이래 가장 큰 단일 계약을 맺으며 유럽 시장 첫 진출을 이뤘다.

정부가 계획을 세운 강력한 방산 수출 지원 정책은 강 사장이 수출을 확대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7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수출국의 산업협력 수요를 바탕으로 방위산업이 에너지, 플랜트, 정보통신(IT) 등 타 산업과 협력하도록 연계하는 맞춤형 협력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또 무기 수입국 및 수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통해 원활한 수출계약 체결과 안정적 수출계약 이행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강 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첫 공군 조종사 출신 사장이자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에서 교육받은 항공기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지난해 폴란드와 수출 이행계약을 맺기 위해 폴란드로 떠나기 전 직접 비행하고 사진을 촬영해 폴란드 관계자들에게 보여준 것으로 전해진다.

강 사장이 갖춘 항공기 전문가로써 역량은 앞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앞으로 수출 계약을 맺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올해 준비 기간을 갖고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 올인할 것"이라며 "중남미를 거쳐 호주, 캐나다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글로벌 수출 벨트를 완성하려면 먼저 미국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