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에 유럽판 IRA까지, EU 전기차 '방지턱'에 현대차그룹 고심

▲ 유럽지역의 전기차 판매 환경이 기존보다 악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를 늘리기가 만만치 않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 판매의 핵심인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데다 유럽연합은 올해 자국중심주의 기조를 보이는 미국과 유사한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유럽 지역의 전기차 판매 환경이 기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유럽 지역 내 최대 자동차시장인 독일에서 1월 전기차 판매는 1만8136대로 1년 전보다 1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판매에 대한 보조금을 줄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까지 4만 유로 미만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최대 6천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4500유로로 낮췄다.

또 4만 유로부터 6만5천 유로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난해 최대 5천 유로 규모의 세제혜택을 제공했지만 올해부터는 최대 3천 유로로 축소했다.

나아가 독일 정부는 2024년부터는 4만5천 유로 미만의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2026년부터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독일은 이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올해부터 보조금이 전액 삭감된 상태다.

독일뿐 아니라 노르웨이 정부도 세액공제 등 전기차 구매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애초 노르웨이 정부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25% 규모의 부가가치세와 차량 무게와 관련한 중량세를 부과하는데 그동안 전기차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했다. 하지만 최근 올해부터는 중량세를 징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의 2023년 1월 전기차 판매량은 1237대로 1년 전보다 81.4%나 줄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유럽의 주요 전기차 시장의 판매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독일은 2023년 1월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유럽연합 가운데 가장 많이 전기차가 판매됐다. 

이뿐 아니라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유럽에서도 수입 전기차와 관련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CRMA 초안을 공개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 초안에 리튬과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와 관련해 EU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EU도 친환경 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미국과 비슷하게 유럽산 전기차와 아닌 전기차에 보조금을 차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면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대차는 체코공장에서 전기차 코나를 생산하고 있지만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은 국내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기차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유럽의 전기차 판매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을 직면하게 된 셈이다.

유럽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의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나 세계 전기차시장 규모 1위인 중국에서 아직까지 전기차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만큼 유럽 전기차시장은 미국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핵심 시장이다.

전기차 전문매체인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2년 독일 등 유럽 10개 국가에서 전기차 9만6988대를 팔아 유럽 전기차시장에서 점유율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전기차를 전 세계에서 37만4963대 판매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유럽 비중이 적지 않은 셈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정부 보조금 여부가 판매량을 좌우하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CRMA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비슷하게 자국 보호 조항이 포함된다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