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일 정상회담 부정적 전망에도 정면돌파, 구체적 성과 거둘까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 해법에 관한 부정적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쇼츠 영상. <대통령실 영상 캡처>

[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해졌다.

윤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한 만큼 한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올린다면 강제징용 피해배성 관련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국민 여론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13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야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일본을 방문해 1박2일 일정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윤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정치적 부담을 안고 강제징용 피해배상과 관련해 결단을 내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상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발표한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안은 한일 청구권 협정과 대법원 판결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얻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의 바람과 달리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일본정부가 구체적인 반성과 사과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비춰볼 때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가 나오자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만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도 9일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해 '강제동원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냐'는 의원의 질문에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에 더해 하야시 외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새로운 사죄와 반성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한 지 단 3일 만에 일본 외교 수장이 한국 정부의 화해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여기에 일본정부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의 보복조치로 2019년 7월 실시한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문제에서도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5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를 즉각적으로 풀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우리 정부가 일본과 수출 규제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반면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수출규제 해제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한일 외교협상 흐름을 ‘굴욕외교’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치욕적인 항복 선언에 일본은 의기양양”이라며 한일 정상회담에 관해 “조공 목록 작성에 정신 팔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정부의 사과를 비롯한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며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미터가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이 발표된 6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8.9%로 4주 만에 30%대로 내려갔다. 중도층의 부정평가도 1주 전보다 5.4%포인트 오른 61.3%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의 한일 외교에 부정적 여론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일본 강제징용 해법에 관한 이런 부정적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12일 윤 대통령 공식 유튜브 계정에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글귀가 새겨진 패를 부각하는 쇼츠 영상을 공개했다.

‘The Buck Stops Here’이라는 문구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둔 팻말에 적힌 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때 이 문구가 적힌 팻말을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쇼츠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를 조속히 풀어내고 한일 관계를 안보, 경제, 문화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관계로 전환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