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불태운 SM엔터 인수전 종료, 김범수 방시혁 이수만 손익계산서는

▲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일단락되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는 각각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사상 초유의 엔터테인먼트업계 '쩐의 전쟁'은 대기업 파워를 앞세운 카카오의 'SM 경영권' 확보로 끝났다.

물론 이를 카카오의 완승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 달간 벌어진 이번 싸움의 세 주인공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는 각각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어 보인다.
 
13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 김범수 센터장뿐만 아니라 방시혁 의장과 이수만 창업자도 얻은 게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2월7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와 신주 및 유상증자 발행 계약을 체결하며 촉발된 뒤 하이브의 참전으로 확대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은 외견상 카카오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전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물러나기로 합의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향후 카카오 및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로써 김범수 센터장은 그토록 원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한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의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를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로 정하고 글로벌 진출을 구상했다.

그는 당시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글로벌 IT기업들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부문과 영상, 배우 매니지먼트부문에 집중해왔는데 K팝 영역에서는 존재감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글로벌 인기 아이돌의 지식재산(IP)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가 발매하는 음원·음반의 유통을 담당하며 음악사업을 키우고 SM엔터테인먼트의 팬 플랫폼 '버블'를 활용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아티스트의 팬덤 확대도 노릴 수 있다.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범수 센터장은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숙제로 안게 됐다.

김 센터장은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원칙 위반 혐의와 관련해 공정위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인데 공정위로부터 또다른 심사를 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2년 전부터 카카오를 향했던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도 해소해야 한다.

카카오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SM엔터테인먼트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가 13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임에도 경영권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됐다.

방 의장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에 가장 적합한 사업 파트너라고 강조해왔지만 카카오의 자금력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되면서 결국 엔터테인먼트업계 1위 사업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더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제시하며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나서는 게 하이브 주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방 의장이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는 시선도 있다.

게다가 주주총회 표대결이 아닌 카카오와 합의를 통해 싸움을 마무리 지은 만큼 앞으로 카카오 및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팬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4800만 명인 카카오톡을 보유하고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SM 인수에 실패한 모양새지만 큰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카카오와 플랫폼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하이브가 얻게 될 이익은 SM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협업 방안이 구체화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30년 넘게 SM엔터테인먼트 제국을 이끌었던 이수만 창업자도 이번 일로 득과 실을 동시에 얻었다.

이 창업자는 지난해부터 CJENM, 카카오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이슈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비록 지난해 카카오가 최초 제안했던 금액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 창업자는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하이브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으며 개인 보유 지분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반란'에 가만히 당하지 않고 하이브를 끌어들이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처조카인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가 폭로에 나서며 이 창업자의 '해외판 라이크기획'을 통한 탈세 혐의가 제기됐다.

현재 국세청은 이 창업자의 탈세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내부적으로 판단한 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SM엔터테인먼트와 이 창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이 카카오로 넘어감에 따라 이 창업자는 프로듀싱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전망된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