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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김택진 처음부터 'AI 덕후' , 엔씨소프트 인공지능에 빠진 이유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3-09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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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예전부터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스타크래프트의 ‘컴까기’라는 사용자 정의 지도(유즈맵세팅) 제목을 기억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파상공세를 인간 플레이어들이 막아내는 형식의 게임이다.

물론 지금의 챗GPT와는 아예 범주가 다른 수준의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하지는 못하고 짜여진 알고리즘대로 행동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이지만 게임업계와 인공지능 사이의 관계는 그만큼 오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최고경영자(CEO)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역시 인공지능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2022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이 엔씨소프트의 미래’라고 명확하게 선언했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인공지능 바람을 타고 야심차게 발표한 것치고는 시장의 반응은 훌륭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엔씨소프트의 2022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이 열렸던 2023년 2월9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날보다 5.69% 하락한 42만8천 원에 거래를 끝냈다. 인공지능을 향한 엔씨소프트의 열정에 시장이 화답하지 않은 셈이다.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을 향한 의지 자체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의 행적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을 향한 의지는 꽤나 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내에 인공지능 연구조직을 만든 것은 무려 2011년이다. 2016년에는 아예 연구센터를 새로 세웠으며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김택진 대표의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다.

김 대표는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에 대해 일반 게임 이용자들이 갖는 인식과는 다르게, 김 대표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꽤나 진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단면들이다.

그렇다면 왜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을 엔씨소프트의 미래 먹거리로 정한 것일까?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게임의 기본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특히 김택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난다.

김택진 대표는 이미 2020년에 국회의원들에게 “우리 게임산업은 기술적으로 정의할 때 디지털 액터(배우)를 만드는 산업이며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디지털 액터가 게임 산업의 도전 과제”라며 “게임과 같은 미래문화산업이 디지털 액터 기술로 쌓아올려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 가상 인간(버츄얼 휴먼)을 향한 관심이 뜨거운데 게임은 그런 가상 인간들을 적재적소에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가상인간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온라인 게임에서 레이드(대규모 보스 토벌)를 가려면 여러 사람들이 시간을 맞춰 접속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다면 딱히 현실 세계 속의 친분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게임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인공지능들과 쉽게 레이드를 비롯한 각종 멀티플레이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게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게임과 결합했을 때, 게임 뿐 아니라 게임 밖의 산업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까지도 향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상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위험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게임 안에서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더라도 단순한 데이터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인공지능 관련 실험들을 가상세계에서는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윤송이 사장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 사장은 올해 2월17일에 열린 ‘더밀크 AI 아카데미’에서 “게임이라는 플랫폼은 혁신 플랫폼이자 미래의 산업 발전을 볼 수 있는 렌즈”라며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을 때 현실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적용해보는 것은 위험하지만 게임 안에서는 여러 가지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게임 산업 전체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것과 달리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어쩌면 엔씨소프트의 게임과 인공지능은 상당히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 바로 ‘자동 사냥’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뽑으라면 단연 자동 사냥이다. 리니지M 유저들은 직접 사냥을 하는 시간보다 자동 사냥을 돌려놓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그 긴 시간 동안 캐릭터가 사냥을 하지 못하고 도중에 사망해버린다면 엄청난 경험치 손실, 아이템 손실을 겪게 된다.

그렇다보니 자동 사냥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가 바로 객사를 방지하기 위한 인공지능이다. 실제로 리니지M 유저들은 자동 사냥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한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가 가능한 자동 사냥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리니지 형제들의 플레이에는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웹소설 장르 가운데 굉장히 유명하고 잘 팔리는 장르 가운데 하나가, ‘게임 판타지’다. 주인공이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주 내용이 되는 장르다.

이런 소위 ‘겜판’ 소설을 보다보면 게임 내에 등장하는 NPC(논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고 이야기하는 장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게임 판타지 소설을 놓고 설정이 게임일 뿐인 일반 판타지소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임 판타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NPC나, 판타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짜 사람’인 등장인물들이나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과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원툴 회사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겜판’과 같은 멋진 경험들을 선사해줄 수 있는 멋진 회사가 될 수 있을까?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계가 하루빨리 우리 앞에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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