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에도 봄이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텅 비었던 거리가 어느새 해외에서 방문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봄이 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 명동도 예외가 아니다. 8일 오후 방문한 명동 거리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관광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동안 텅 비어 냉기가 돌았던 거리에 온기를 채우고 있다.
굳이 관련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체감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본어로 인사하며 자연스럽게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의 표정에도 어렴풋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다이소에게 올 봄은 특별하다.
다이소는 2월28일 오랜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서울 명동역점을 다시 열었다. 1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쓸 정도로 규모가 큰 매장이다.
사실 이 매장은 2017년 6월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8층짜리 매장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건물 하나를 거의 통째로 쓰는 다이소 매장이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음알음 알려져 주목받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 있어서 그런지 별다른 홍보 없이도 관광명소가 됐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찾다보니 2019년 말에는 매장을 11층까지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문제였다. 외국인의 발길이 끊겨 이들의 매출 비중이 높았던 다이소 명동역점도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 다이소가 외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재오픈 준비에 들어가 2월28일 연 다이소 명동역점. 건물 1층부터 12층짜리 통째로 모두 다이소 매장이다. <비즈니스포스트> |
11층까지 높아졌던 매장이 지난해 초에는 절반도 안 되는 5층짜리 매장으로 규모가 줄었다. 나머지는 창고로 써야했다. 그래도 매장 운영이 여의치 않았는지 지난해 4월 결국 문을 닫았다.
다만 겨울도 지나가는 계절일 뿐. 유통업계에 3년 만의 봄이 찾아온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다이소도 겨울잠에서 깼다.
다이소는 지난해 말부터 명동역점을 다시 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주목받던 관광명소라는 상징을 살리기 위해 총 12층짜리 매장으로 규모를 키워 명동역점을 재탄생시켰다. 계단 수만 모두 220개나 된다.
매장 규모만 보면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에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점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층수로 이루어진 매장이기도 하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다이소 명동본점과 달리 명동 상권의 중심에 있지는 않다. 명동 상권에서 큰 대로를 하나 건너야 명동역점이 나온다.
하지만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 굳이 상품을 사지 않아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 잡은 덕분에 외국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명동역점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상품을 산더미처럼 구매한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다만 외국인들의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로 나오지 않는다. 다이소 멤버십으로만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데 외국인들은 따로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매장과 비교해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다이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 다이소 명동역점 1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1층부터 12층까지 매장의 특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층별 가이드가 놓여 있다. 가이드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병기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다이소는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높다는 특성을 반영해 명동역점의 층별 상품 카테고리를 재구성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았던 식품 카테고리를 5층에 배치했으며 뷰티와 팬시, 주방용품 등 매출 비중이 높은 카테고리는 주로 낮은 층에 놓았다.
다이소 매장의 강점인 '구경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인하고 자연스럽게 고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짠 것이다.
12층짜리 매장의 강점은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12층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수월하다보니 많은 관광객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2층으로 먼저 이동한 뒤 매장을 차근차근 내려가면서 구경한다.
다이소는 엘리베이터 옆에 매장 층별 가이드북도 비치해 뒀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작성된 이 가이드북에 따라 여행객들은 다이소 명동역점을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다.
사실 이 가이드북을 굳이 집어들지 않아도 매장을 구경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각 층에 전문관 느낌을 주기 위해 카테고리 특성에 맞도록 인테리어 색감을 달리해 어떤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지 오감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층의 식품 카테고리는 그로서리 슈퍼마켓을 콘셉트로 식품과 주방 일회용품을 한 데 묶어놓았다. 12층에 있는 운동·캠핑·여행 카테고리는 캠핑 감성에 맞춰 야외에 나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매장 입구부터 안쪽까지 인테리어를 했다.
각 층의 특성에 어울리는 포토존과 쇼룸을 꾸며 자칫하면 반복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의 지루함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다이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 다이소 명동역점 5층 식품 매장에는 한국 군것질류를 비롯한 여러 식품을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여러 카테고리가 총망라한 다이소 명동역점의 핵심은 5층과 2층이다.
5층에는 흔히 말하는 군것질류를 포함해 여러 식품류를 팔고 있었는데 K푸드를 경험해보려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친숙한 김과 라면 등을 흥미롭게 살펴보는 외국인들의 표정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방식기나 조리도구, 인테리어, 욕실, 청소, 세탁 등의 카테고리가 있는 6층 위로는 매장이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5층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다른 고객들과 동선이 엉켰다.
5층이 K푸드를 대변한다면 2층은 K뷰티의 저력을 보여준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2층에 미용과 패션, 액세서리 상품을 배치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류스타 덕분에 인기를 얻은 한국 화장품을 살펴보는 젊은 여성 외국인들이 많았다.
▲ 다이소 명동역점 2층은 뷰티 상품이 진열돼 있다. 한류 열풍에 따른 K뷰티의 인기를 증명하듯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고 사려는 젊은 외국인 여성 고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
다이소는 최근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와 협업하며 화장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외국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이소 명동역점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자리가 넉넉했던 엘리베이터 앞에는 어느덧 히잡을 쓴 관광객부터 여러 외국인들이 줄을 설 정도로 대기줄이 길어졌다.
사실 명동 중심가로 가면 만물상을 콘셉트로 하는 매장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굳이 다이소 명동역점을 찾는 것은 12층짜리 한 건물을 통째로 쓴다는 희소성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명동에 가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라는 소문이 퍼진 이유에는 모두 근거가 있다.
다이소는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1400개가량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소가 판매하는 제품은 3만 가지가 넘으며 이들의 가격은 500원, 1천 원, 1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 등 모두 6가지로 구성돼 있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몸집이 작은 것은 아니다.
2021년에는 매출 2조6048억 원, 영업이익 2838억 원을 냈다. 매출만 보면 롯데백화점이 같은 해에 낸 매출 2조888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영업이익으로 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남희헌 기자
▲ 다이소 명동역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