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제도 개편 확정안에 노동계와 경영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6일 경영계는 이날 정부가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노동을 가능하도록 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경영계 "노동개혁 출발점", 노동계 "사형 선고"

▲ 노동계와 경영계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확정안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경제 발목을 잡아 온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경총에 따르면 획일적·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로 인해 산업 현장에는 업무량 증가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요구 확대에 따른 다양한 시간선택권이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경총은 실제 연장 근로는 주문량 증가, 업무량 폭증 등 업무 집중이 필요한 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노동계에서 나오는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며 “노동개혁의 첫 단추인 근로시간제도 개편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 개편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개편안은 초장시간 압축노동을 조장하는 법”이라며 “죽기 직전까지 일 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과로 산재를 인정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제시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안대로 연 단위 연장노동 총량 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일 64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이 가능해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바라봤다.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거로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발언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국노총은 포괄임금 오남용을 사실상 방치해온 것은 정부라며 그동안의 직무유기를 반성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새로 도입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기업 상황에 따라 무조건 일을 시키고 사후적으로 건강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 후 휴식과 안정을 취한다고 해서 절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개편안을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사업주의 이익만을 생각한 개편안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시간이 곧 임금이 되는 만성적 저임금 구조 현실에서 돈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당사자의 선택권을 강조하지만)노동조합이 없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당사자의 선택권’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 근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다. 주 단위 근로 시간은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이날 개편안을 입법예고해 6~7월에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개편안이 당초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리 의식, 사용자의 준법 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등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