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포켓몬고가 전 세계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기존과 전혀 방식의 게임을 선보인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포켓몬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국내 게임업계에도 새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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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게임 '포켓몬고'. |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고가 글로벌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새로운 게임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켓몬고의 흥행으로 증강현실시스템이 결합된 게임 등 모바일게임의 장르가 다변화되면서 특정 장르에서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며 “이는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저변을 늘리는 효과를 일으켜 시장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켓몬고는 출시된 뒤 전 세계적으로 누적 다운로드수 1억 건을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며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출시조차 불투명한 국내에서도 15일 기준 80만 명 가깝게 포켓몬고를 다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새로운 게임방식을 제시하거나 새 게임 장르를 개발하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은 역할수행게임(RPG)이 매출 상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콘텐츠의 차별성은 축소되고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15일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역할수행게임, 웹보드게임(도박게임), 퍼즐게임 등 기존 장르와 게임방식에 기반한 게임이 절대 다수다. 몇 년째 이 구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미 모바일과 콘솔 등 여러 플랫폼에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시스템 등을 이용한 게임 개발에 돌입한 게임회사들도 있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한 포켓몬고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게임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게임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게임개발사 드래곤플라이는 최근 PC온라인게임 스페셜포스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증강현실을 적용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철우 드래곤플라이 대표는 “글로벌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게임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천억 달러(약 114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드래곤플라이는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게임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소프트는 PC온라인게임 오디션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증강현실게임을 비롯해 5종 이상의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엠게임도 ‘프린세스메이커 VR’ 등 3종의 가상현실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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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우 드래곤플라이 대표. |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관련 기업 주가도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빛소프트 주가는 7월 초 4천 원대 후반을 나타내다가 15일 9천 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가상현실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엠게임 주가도 최근 7월 초와 비교해 2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증강현실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켓몬고의 흥행은 특정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기술을 적용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방식을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포켓몬고는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정보나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증강현실기술의 특징을 게임과 융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고는 선진적인 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포켓몬고를 즐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는 스마트폰 외에 없다.
포켓몬고는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직접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즐긴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다.
포켓몬고 이용자는 편의점이나 식당, 바닷가, 숲 속 등 게임에서 지정한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그 곳에 나타난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현실 세계와 게임 속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용자는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게임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게임도 시스템의 장점을 어떻게 게임에서 살릴 지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한국에서 증강현실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이 출시됐지만 인기몰이에 실패한 선례가 있다.
KT는 2011년 모바일게임 ‘올레 캐치캐치’를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소프트맥스는 같은 해 다음커뮤니케이션(현재 카카오)과 손잡고 사회관계망(SNS)게임인 ‘아이엔젤(i-Angel)을 출시했지만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