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그룹의 조선 분야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2023년 연초부터 잇달아 일감을 따내며 수주 감소 우려를 지우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심지어 최근 2027년 인도 물량까지 확보하기 시작했는데 역대 최대 금액으로 선박을 수주하며 ‘질 좋은’ 일감들로 수주 곳간을 채워가는 중이다.
 
한국조선해양 올해도 수주 쾌속 질주, 5년 뒤에도 ‘비싼 배’ 만든다

▲ HD현대그룹 조선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는 가운데 2027년 일감도 높은 선가의 '질 좋은' 선박으로 채워가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이 지난해보다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털어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 갓 넘은 시점에 이미 연간 수주목표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한국조선해양 아래 조선3사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모두 44척, 61억1천만 달러어치 일감을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 157억4천만 달러의 39%를 달성했다.

물론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수주목표보다(174억4천만 달러)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수주 성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이날까지 수주한 실적을 지난해 수주목표 기준으로 봐도 35%에 이른다.

애초 올해 조선업황은 세계 경제 저성장에 따른 해운수요 부진과 해운사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선주들의 관망세가 확산해 지난 2년 동안보다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2200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망됐다. 2021년 5330만CGT, 2022년 4280만CGT와 비교하면 크게 급감하는 것이다.

이런 전망과 달리 한국조선해양은 순조로운 수주를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자회사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의 기세가 눈에 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26억 달러로 잡았는데 1월 한 달 만에 25억6200만 달러 규모의 일감을 확보한 데 이어 3일까지 모두 41억 달러가 넘는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이전 수주했던 저가 물량을 모두 털어내고 지난 2년 동안 높은 선가의 선박을 다량 확보해둔 상태다.

나아가 5년 뒤인 2027년 인도 물량도 확보도 본격화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일 북미 소재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3척 건조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는데 이 계약의 계약기간은 2027년 12월31일까지다. 한국조선해양 조선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2027년 인도분 선박(상선) 건조계약을 맺은 것이다.

특히 역대 최고 수준의 건조가격으로 계약을 따냈다. 5년 뒤에도 계속 ‘비싼 배’를 도크(선박 건조시설)에서 지을 수 있는 계약을 확보한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공시한 LNG운반선 3척의 계약 규모는 1조78억 원인데 계약일(2월28일) 최초 고시환율을 고려하면 1척당 선가는 2억5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하는 17만4천㎥(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최고 선가를 1달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월18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LNG운반선 1척당 2억5300만 달러에 건조계약을 맺었다.

조선사들의 도크가 가득 찬 데 영향을 받아 선가가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 한국조선해양은 지속해서 질 좋은 선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해운시황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박 건조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2020년 12월부터 매월 상승해 지난해 8월 162.12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61대를 횡보했다.

이에 지난 2년 동안 조선업황이 대호황을 보인 데 따른 역기저 효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들면서 선가도 지속해서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다만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1월 162.51로 다시 상승했고 2월 셋째 주에는 163.30에 이르렀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의 최근 수주에서 볼 수 있듯이 도크를 가득 채운 조선사들의 높은 협상력이 선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선박이자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에서 수익성 높은 수주 성과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 같은 규모의 컨테이너선 가운데 메탄올 추진선은 기존 선박보다 선가가 15%가량 더 높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탑재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전체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21%를 차지했고 향후 그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조선해양은 2월 HMM과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7척 건조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을 통해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100여 척 가운데 54척을 수주하며 압도적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026년 물량 도크가 가득 차 전날 계약을 시작으로 2027년 물량 수주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선별수주를 통해 수익성 위주의 일감으로 수주잔고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